“사냥 대신 가축사육… 원주민 삶·믿음 확 바뀌겠죠”

입력 2014-05-14 02:37


말레이시아 밀림에서 온 기독 청·장년 11명 지리산서 6박7일 양돈교육

“아휴 똥 냄새, 이걸 어떻게 키우지?”

말레이시아에서 온 로디(20)씨는 양돈교육을 받으며 연방 얼굴을 찡그렸다. 그러나 이내 웃음을 되찾았다. 고향으로 돌아가면 돼지농장을 해서 부자가 되고 훗날 기회가 되면 한국여자와도 결혼하겠다는 기대에 부풀었기 때문이다. 그는 함께 교육에 참가한 동료들과 웃음꽃을 피우며 흥겨워했다.

로디씨 등 말레이시아 보루네오섬 사바주의 밀림에 사는 기독 청·장년 11명은 지난 7일부터 13일까지 전북 남원 산내면 지리산 예수전공동체와 지리산교회 등에서 열린 ‘제1회 말레이시아 부족 초청 양돈교육’에 참석했다.

교육 일과는 오전 7시 경건예배로 시작해 10시간 동안 강의와 실습을 병행했다. 한국양돈협회 김성훈 박화춘 박사 등 내로라하는 전문가들이 교육에 나섰다. 축사 소독 및 질병방제법을 실습할 때는 검은색 방제복을 입고 실제처럼 했다. 흑돼지 사육과 요리, 가공, 판매방법도 배웠다.

교육 마지막 날인 13일 지리산교회에서 열린 수료예배에 참석, 머나먼 나라 한국의 산촌에서 양돈교육을 받은 소감을 밝혔다. 제임스 모지콘(45·농업)씨는 “한국 사람들은 돈버는 데 밝은 것 같다. 앞으로 한국농업을 계속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 파우질(45) 목사는 “한국에서 배운 가축경영이 말레이시아 교회와 농업의 새 비전을 세우는데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고마워했다.

이 교육은 지리산 영성훈련원 ‘예수전공동체’(대표 오영화 목사)가 보루네오 복음교단 및 한 선교사의 도움을 받아 올해 처음 마련했다. 이들이 사는 사바주의 부족마을에는 600여가구가 살고 있다. 복음이 들어가고 교회도 세워졌지만 현지인 지도자도 부족하고 농축산업 기술도 뒤떨어져 있다. 이번 프로그램은 이들에게 가축사육 방법을 가르치고 교회 지도자로도 세우기 위한 일명 ‘농업 선교 프로젝트’다.

오영화 목사는 수료예배 설교에서 “우리나라는 전쟁을 겪은 뒤 국제 원조와 기술 지도를 통해 눈부신 경제발전을 이룩할 수 있었다”면서 “따라서 우리의 경제성장 노하우를 개발도상국에 전파하는 것은 당연한 책무”라고 강조했다. 수료생들은 14일부터 1주일간 충북 보은 보나콤예수마을(강동진 목사)에서 유기농 양계사육법을 배운 뒤 오는 22일 출국한다.

한편 우리 정부는 단기간 고도성장을 이룩한 다양한 개발경험을 공유하기 위해 경제발전경험공유사업(KSP)을 2004년부터 실시하고 있다. 베트남과 우즈베키스탄을 시작으로 가나 루마니아 파키스탄 등 50여 개국에 500여건의 정책자문을 제공하고 있다.

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