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적자금 지원받는 한국연예매니지먼트협회, 7년 만에 첫 감사… 수억원대 횡령 포착
입력 2014-05-14 03:37
국내 대형 연예기획사들이 소속돼 있는 사단법인 한국연예매니지먼트협회(이하 연매협)에서 수억 원대에 이르는 횡령 혐의가 포착됐다. 연매협에는 나무액터스와 키이스트, IHQ 등 국내 대형 기획사 대부분이 소속돼 있고 이들이 관리하는 배우만 1100여명에 달한다.
13일 연예계에 따르면 연매협은 지난 3월 인덕회계법인에 의뢰한 회계감사에서 일부 직원의 횡령 및 배임이 의심된다는 결과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연매협 관계자는 “지출 내역 증빙이 일치하지 않거나 업무와 무관하게 경비를 사용한 정황이 있다는 결과를 통보받은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연매협은 이날 오후 열린 이사회에서 회계감사보고서에 대해 논의했다. 일부 임원들은 이번에 포착된 혐의에 대해 횡령이 아니라 관행적으로 벌어진 일이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출 내역 증빙 누락 등이 고의적인 것이 아니라 관행이었다는 것이다. 이날 저녁 보도자료에서도 “현재 진행 중인 내부 감사는 협회의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함”이라며 “보도 내용과 사실은 상이한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그동안 연매협은 문화체육관광부, 한국관광공사, 한국콘텐츠진흥원, 대전시, 진주시 등으로부터 공적 자금을 지원받아 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아연기자네트워크와 대전드라마페스티벌 등을 진행해 왔다.
이번 감사는 연매협 설립 7년 만에 처음 이뤄진 것이다. 당시 연매협은 “자체적으로 정화하자는 차원에서 실시하는 정기적인 업무 회계감사”라고 밝혔지만 일각에선 계획에 없었던 회계감사를 자청했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내부에 문제가 발생했을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했었다.
자금 유용이 사실로 드러나면 연매협은 이미지 실추는 물론 지원 중단 등 실질적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각종 고소·고발전이 난무하는 진흙탕 싸움이 불거질 가능성도 있다.
연매협은 2005년 이른바 ‘연예계 X파일’ 사건 이후 결성됐다. ‘연예계 X파일’은 대형 광고기획사가 리서치 회사에 의뢰해 만든 연예인 평가 문서로 유명 연예인 99명에 대한 악성 루머가 여과 없이 실려 있어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낳았다.
2007년 5월 사단법인으로 재출범한 연매협은 당시 배우를 관리하는 매니지먼트사 44개사로 출발해 2013년 8월 회원사가 204개사로 늘어날 정도로 덩치가 커졌다. 표준 출연계약서·전속계약서 개정 의견 논의를 비롯해 드라마·영화 출연료 미지급 대응, 연예인과 기획사 간 전속계약 분쟁 조정 등의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조현우 기자 can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