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약고’ 울산 산업단지 또 폭발사고… 8명 부상
입력 2014-05-14 03:04
최근 화재·폭발·질식사고 등이 잇따라 ‘화약고’란 오명을 쓰고 있는 국가산업단지(국민일보 5월 13일자 10면 보도)에서 또 폭발사고가 발생했다. LS니꼬동제련 울산공장에서 발생한 이 사고로 8명이 부상했지만 이 회사는 소방당국에 폭발사고 발생을 신고하지 않아 은폐 의혹이 일고 있다.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13일 오전 8시50분쯤 울산 울주군 온산읍 LS니꼬동제련 울산공장 제2공장에서 폭발사고가 발생해 협력업체 직원 허모(33)씨가 얼굴에 1∼2도 화상을 입고 부산 하나병원으로 이송됐다. 또 김모(30)씨 등 7명이 가벼운 부상을 당해 울산과 부산의 병원으로 나눠 이송됐다.
이들은 오전 7시부터 제련2공장에서 보수작업을 하던 중 구리물이 흐르는 탕로 끝 부분에서 폭발이 발생해 부상했다. 사고가 난 제련2공장은 광석과 황산을 녹여 구리를 만드는 공정을 갖추고 있다.
소방당국은 냉각수가 유입되면서 수증기가 폭발해 인명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했다.
LS니꼬동제련은 사고가 발생하자 인근 온산소방서에 구급 출동 요청만 했을 뿐 폭발사고가 발생한 사실은 알리지 않았다. 온산소방서는 사고 발생 1시간 뒤인 오전 9시55분 울주군으로부터 사고 사실을 통보받고서야 폭발사고가 있었던 걸 알았다. 소방서 측은 곧장 출동해 오전 10시부터 사고 현황 및 원인 파악에 들어갔다.
울산 소방당국 관계자는 “LS니꼬 측에서 오전 8시50분쯤 119에 화상환자가 발생했으니 구급차를 보내달라고만 요청했다”며 “신속히 구급차만 출동시켜 환자를 이송했다”고 말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회사 관계자 등을 상대로 사고 경위와 안전수칙 위반 여부를 조사할 계획이다.
LS니꼬동제련 관계자는 사고 은폐 의혹이 제기되자 “인명구조가 우선이라는 생각에 신고 매뉴얼을 잘 지키지 못했다. 사고를 은폐하려 한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울산고용노동지청은 사고가 난 제2공장에 대해 전면 작업중지 명령을 내렸다. 제2공장은 LG니꼬 울산공장 전체 생산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제품 생산에 큰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편 이날 오후 3시55분쯤 전남 여수시 화치동 여수국가산단 내 한 실리콘 업체에서도 열교환기 정비 작업을 벌이던 중 화재가 발생, 근로자 4명이 팔 등에 화상을 입어 인근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울산=조원일 기자 wc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