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린도교회의 실패에서 한국교회, 교훈 얻어야

입력 2014-05-14 03:42


하나님이 꿈꾸는 교회/송태근 지음/성서원

“이 시대에는 흔들 수 있는 깃발이 없다. 부를 수 있는 노래도 없다. 따를 만한 지도자도 없다. 예수는 좋지만 교회는 싫다.”(17쪽) 다른 책 서문에 나온 글귀를 인용해 저자는 이 책의 첫 장을 이렇게 시작했다. 젊은이들이 많이 모이는 삼일교회, 그만큼 잠재력과 가능성이 있는 교회를 담임하는 저자가 굳이 이 글을 인용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미 우리 사회에서 한국교회 신뢰도는 바닥으로 떨어졌다. 결정적으로 그리스도인이 그리스도인답게 살지 못했기 때문이다. 반성해야 한다. 그리고 앞으로 잘해야 한다. 어떻게 잘해야 할까. 저자는 바울의 ‘고린도전서’ 메시지에서 그 대안을 찾는다.

“고린도에 있는 하나님의 교회 곧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거룩하여지고 성도라 부르심을 받은 자들과….”(고전 1:2) 바울은 고린도교회를 ‘하나님의 교회’로 불렀다. 하지만 고린도교회와 하나님의 교회는 큰 차이가 있다. 부요한 상업 도시 한가운데 세워진 고린도교회는 가난하지 않았다. 다양한 은혜(은사)를 받았고 화려한 언변술사들이 많았다. 성도들 지식 수준도 높았다. 그 결과 고린도교회는 로마 도시 속에서 화려한 위용을 갖추게 됐다. 하지만 교회는 심각한 난제들로 홍역을 앓았다. 하나님의 필요에는 무관심하고, 사람을 중심으로 사람의 필요에 의해 움직이는 교회로 변질돼 갔다. 성도들은 분열하고 서로 경쟁했다. 교회가 세상에 영향력을 끼치지 못하고 오히려 거꾸로 세상의 분위기 속에서 놀아났다. 그럼에도 고린도교회 성도들의 영적 자만심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다.

그로부터 2000여년이 흘렀다. 한국교회는 양적 성장을 이뤘다. 시대정신과 문화에 뒤처지지 않을 만큼 겉모습도 화려해졌다. 하지만 정작 교회를 채워야 할 복음은 본연의 색을 잃어가고 있다. 오히려 시대에 굴복한 뒤틀린 복음이 개인의 욕망을 쫓는 일에 면죄부를 남발하는 안타까운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그러니 고린도교회를 주목할 수밖에. 고린도교회의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하나님 우리 아버지와 주 예수 그리스도로부터 은혜와 평강이 있기를 원하노라.”(고전 1:3) 바울의 서신서에는 이런 ‘인사’가 자주 등장한다. 그런데 한 번도 순서가 바뀌지 않는다. 은혜가 먼저고 평강 순이다. 하나님의 은혜를 사모하는 그리스도인이 되어야 한다. 바울에겐 은혜가 있었기에 고린도교회를 ‘하나님의 교회’라 부르며 지속적으로 ‘하나님의 마음’을 가르쳤다.

바울은 또 ‘연합’을 강조한다. “형제들아 내가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너희를 권하노니 모두가 같은 말을 하고 너희 가운데 분쟁이 없이 같은 마음과 같은 뜻으로 온전히 합하라.”(고전 1:10) 사람을 중심으로 모여 나뉘고 분쟁한 고린도교회를 향한 바울의 당부다. 이미 교회 공동체는 그리스도 안에서 한 몸을 이뤘기 때문에 사조직이 필요 없다.

결국 저자는 진정한 ‘하나님의 교회’로 가는 길은 그리스도인다워야 하는 데 있다고 강조한다. 그리스도인답다는 건 하나님의 특별한 은혜, 은사를 사모하는 모습이다. 우리가 사모해야 할 은사는 사랑이다. “교회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순전함과 진실함입니다. 이는 곧 사랑의 가장 중요한 속성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진리가 사라진 암울한 시대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런 때일수록 주님이 오시는 그날까지 우리에게는 정결한 신부로 살아가고자 하는 헌신과 결단이 있어야 합니다.”(102쪽)

저자는 교회들이 사랑을 회복하고, 거룩함을 추구하며, 시대의 목마름을 해소할 것을 촉구한다. 로마의 권세와 헬라 철학 속에서 혼돈을 겪던 고린도교회를 향해 바울이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사랑을 선포한 것처럼, 저자도 이 땅의 교회와 모든 그리스도인에게 권면한다. “모든 은사와 직분은 한 성령님으로부터 나온 것입니다. 은사나 직분은 그 지위를 가릴 수 없고 우열을 나눌 수도 없습니다. 은사를 주신 목적은 교회의 덕을 세우기 위함입니다. 은사는 사랑을 바탕으로 사용해야 합니다. 우리가 공동체로서 부름 받았다는 사실을 기억하십시오. 그리고 주님이 오시는 그날까지 더 큰 은사를 사모하여 공동체의 덕을 쌓은 인생을 사십시오.”(199쪽) 하나님이 꿈꾸는 교회는 복잡하지 않다. 하나님이 주인 되고, 예수님이 머리 되며, 성도들이 하나 되기만 하면 된다.

노희경 기자 hk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