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설 목사의 시편] 성숙한 시민사회의 조건

입력 2014-05-14 02:44


세월호 침몰 사고로 우리 사회는 전반적으로 행사를 중단하거나 축소 또는 취소하며 슬픔을 당한 이들과 함께하고 있다. 금년 6월은 지방자치 단체장 및 의원을 선출하는 선거가 있지만 선거 후보자들도 열띤 선거운동은 자제하는 모습이다. 감당하기 어려운 불행을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위한 기회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없기 바란다.

선거에 출마하는 후보들은 모두 소신과 전문성을 살려 지역사회에 봉사하고자 결심했다고 역설한다. 그러나 1991년 지방자치제가 실시된 이후 끊임없이 자격 논란과 비리가 잇따랐다. 이 때문에 기초의회나 자치행정의 폐지론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 지역사람들이 지역의 특성대로 지방자치제도를 정착시켜 나가야 한다는 취지에서 몇 가지 문제점을 지적하고 싶다.

첫째, 중앙당이 공천하면 지방자치단체가 중앙당의 정책을 대변하게 되고, 중앙당이 지방자치정책에 개입하게 된다. 둘째, 지방자치단체의 조세 수입을 위해 인허가를 남발하는 과정에서 비리와 의혹이 생기고, 각종 개발공약으로 농지와 강산(江山)이 파괴된다. 셋째, 그동안 공천과정의 부정과 금권선거로 지방자치제도를 흐리게 만드는 사례들이 심심찮게 발생했다.

우리 사회는 지방자치 제도보다 성숙한 시민사회를 위해 민주주의의 원리를 인식하는 것이 더 시급하다. 우리에게는 대화와 타협이라는 정치적 협상이 부재하며, 자신의 목적과 의지를 관철시키기 위한 격렬한 구호와 투쟁이 난무한다. 이런 현상은 생각하지 않고 사색하지 않는 감정적 국민성과 시민의식이 발달하지 못한 데 원인이 있다. 우리는 이해관계나 갈등을 해결하는 수단으로 여전히 “목소리가 큰 사람이 이긴다”는 생각을 많이 갖는다. 수직적 위계질서에 의해서 움직이는 사회는 남의 이야기를 경청하지 않는다.

서구 민주주의 발상지라고 할 수 있는 고대 그리스 도시국가인 폴리스(Polis)의 인구는 1만명 정도였으며, 도시 규모가 커야 3만명 정도 됐다고 한다. 폴리스들은 끊임없이 서로 분립과 항쟁을 했고 내부 당파싸움도 심했다. 반면 올림픽 경기를 통해 문화교류를 하며 대화하고, 협상하면서 상대를 존중했다. 협상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이끌기 위해 사색하며 전략을 찾아냈다. 상대의 입장을 존중하는 것도 매우 중요했다. 이런 삶의 습관들이 서구 민주주의를 발달하게 한 원인과 배경이 되었다.

우리 사회는 감정에 호소해서 문제를 해결하려는 경우가 많다. 이를테면 ‘삼보일배(三步一拜)’ ‘단식’ ‘집단시위’ 등은 개인이나 집단의 의지를 관철시키는 수단과 방법이다. 이는 합리적 원칙에 의해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감정에 호소하는 것이다. 사회적 이슈나 집단의 목적을 이룩하기 위해서는 합리적 대화와 협상이 중요하다. 이번 지방선거가 사회적 갈등을 치유하고 통합해 평화롭고 행복한 시민사회를 이룩하는 계기가 되기 바란다.

<여주 중앙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