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러 로봇’ 논쟁 유엔으로

입력 2014-05-13 02:40

인간의 조작 없이 자동으로 목표물을 공격하는 ‘킬러 로봇(killer robot·살상 로봇)’에 대한 논란이 유엔 무대로 옮겨진다.

BBC는 킬러 로봇의 대표적인 찬반 이론가인 미국 조지아공대 로널드 아킨 교수와 영국 셰필드대 노엘 샤키 교수의 토론이 오는 9월 유엔 특정재래식무기금지협약(CCW) 회의에서 이뤄질 예정이라고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BBC는 킬러 로봇이나 드론 등 자동 살상 무기에 대한 논의가 유엔 차원에서 다뤄지는 것은 처음이라고 전했다.

킬러 로봇에 대해서는 반대 측 목소리가 높은 편이다. 이들은 기본적으로 인간의 생살여탈권을 로봇이 가져서는 안 되며 따라서 전면 개발 금지를 요구하고 있다. 이에 비해 찬성 측은 현재의 전쟁 관련 법률만으로도 킬러 로봇이 전쟁에 투입됐을 때 생길 수 있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다만 실전에 투입되기 위해서는 유예 기간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킬러 로봇 반대 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샤키 교수는 “자동 무기 시스템이 국제법과 배치될 가능성이 높은데도 무기 개발에 나선 국가들이 사전에 이에 대한 논의를 전혀 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1949년 체결된 제네바 협약은 전쟁포로와 부상자 등 전투에 가담할 수 없는 사람들과 민간인을 보호하는 교전 규칙을 담고 있다. “사탕을 든 아이와 총을 겨누는 군인을 식별할 수 없는 킬러 로봇에 인간 살상권을 줄 수 없다”는 설명이다.

반면 아킨 교수는 킬러 로봇이 비전투 요원의 희생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킬러 로봇이 인간보다 공격 목표물을 공격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를 더 잘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관련 기술의 확보가 전제돼야 한다. 그는 “확실한 준비가 될 때까지 실전 배치 중단에는 찬성한다”면서도 “하지만 이 시점에서 개발 중단에는 반대”라고 말했다.

최근 유엔 인권이사회는 킬러 로봇이 각종 국제법을 위반하고 있다며 국제협약이 마련될 때까지 세계 각국은 킬러 로봇의 시험·생산·조립·이전·획득·배치·사용을 금지해야 한다는 내용의 보고서 초안을 공개한 바 있다.

맹경환 기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