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개주 “독립 찬성”… 우크라이나 동·서 분열되나
입력 2014-05-13 04:13
우크라이나의 동·서 분열 우려가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AP통신 등은 12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로부터 분리독립하려는 동부지역 도네츠크주(州), 루간스크주에서 전날 치러진 주민투표 결과 찬성표가 90%가량 나왔다고 보도했다. 조만간 하리코프주와 남부 오데사주도 똑같은 주민투표를 치를 예정이다. 알렉산드르 투르치노프 우크라이나 대통령 권한대행은 동부지역 주민주표를 “법적 근거도 없는 정치선전을 위한 촌극”이라고 맹비난했다.
◇“2차 주민투표 18일 실시”=투표용지에는 딱 하나의 질문만 적혀 있었다. ‘도네츠크(루간스크) 인민공화국의 독립을 지지하는가’라는 질문에 ‘예’ 또는 ‘아니요’를 택하는 방식이었다. 이들 주는 이달 초 친러 분리주의 세력이 자체 인민공화국 창설을 선언하고 주요 정부 청사를 점거한 상태다.
도네츠크주에서는 75%의 유권자가 투표에 참여해 찬성 89%, 반대 10%의 투표 결과가 나왔다고 로만 랴긴 선거관리위원장이 밝혔다. 루간스크주 알렉산드르 말리힌 선거관리위원장도 “잠정 집계 결과 94~98%의 유권자가 찬성표를 던졌다”고 밝혔다.
이번 주민투표 질문만 보면 일단 우크라이나 정부의 간섭을 벗어나 이 지역의 ‘독립’에 초점이 맞춰졌다. 지난 3월 크림자치공화국에서 실시된 주민투표는 직접적으로 ‘러시아 편입 여부’를 묻는 투표였다. 크림 때와 차이를 보이는 것은 우크라이나 정부의 거센 반발과 서방의 제재, 러시아의 선 긋기 등이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투르치노프 대통령은 “주민투표는 분리주의 테러리스트들이 살인, 납치 등 그들이 저지른 강력범죄를 감추기 위한 정치선전일 뿐”이라고 평가절하했다.
이에 친러 분리주의 세력은 2차 주민투표를 예고했다. 영국 BBC방송은 “분리주의 세력 대표들이 1차 주민투표가 끝나자마자 이 지역의 러시아 편입 여부를 묻는 2차 주민투표를 18일 치르겠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아울러 도네츠크주와 루간스크주는 주민투표 결과를 근거로 독립정부 구성에 착수했다. 대테러 작전을 펼치고 있는 정부군과 무력 충돌을 넘어 내전 상황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한층 커졌다.
◇크림처럼 러시아 편입은 쉽지 않을 듯=친러 성향의 우크라이나 동·남부의 속내는 러시아 편입이지만 전문가들은 과정이 순탄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분리주의 세력이 주민투표 결과를 근거로 우크라이나 정부에 자치권 확대를 요구하거나 동·남부가 연합해 독립국 ‘노보로시야(Newrussia)’를 건설할 수 있다”며 “나아가 러시아 편입까지 노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러시아 편입까지 갈지는 두고 봐야 할 것이란 의견이 많다. 크림과 달리 이 지역의 러시아계 주민 비중은 절반을 밑돌고, 최근 미국의 ‘퓨 리서치센터’ 여론조사에서도 우크라이나에 남길 원한다는 동부지역 주민 의견이 70%였다. 크림 병합 후 서방의 제재를 받고 있는 러시아도 더 이상의 병합이 부담스럽다.
다만 러시아는 동·남부가 자치권 확대만 해도 남는 장사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연방 체제를 도입, 중앙정부의 입지를 약화시키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친러 성향의 동부지역 중 루간스크주의 작은 읍인 스바토베는 분리주의 세력의 압력에도 굴하지 않고 주민투표를 거부했다. 동부 다른 지역과 달리 스바토베의 경찰은 아직도 우크라이나 당국에 충성하고 있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유럽연합(EU) 외무장관들도 개인 13명과 기업 2개를 제재 대상으로 추가하는 데 이날 합의했다.
EU의 추가제재 명단에 기업이 포함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만 가스프롬 등 본토 주요 기업이 아닌 크림반도에 기반을 둔 기업이 제재 대상에 포함됐다.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