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복지 인증 ‘행복한 돼지농장’ 1호 탄생
입력 2014-05-13 02:31
‘행복한 돼지농장’ 1호가 탄생했다. 농림축산검역본부는 12일 동물복지 축산농장 인증제에 따라 전남 해남군의 ‘강산이야기’ 양돈농장을 최초의 동물복지 양돈농장으로 인증했다고 밝혔다.
동물복지 인증농장에서 사육한 돼지는 동물복지 기준에 따라 운송·도축한 경우 ‘동물복지 인증마크’를 붙여 판매할 수 있다.
행복한 돼지농장에 속한 돼지들은 넓은 사육공간과 볏짚이 넉넉하게 깔린 바닥 등 쾌적한 환경에서 자란다. 그러나 이번에 행복해진 돼지들은 2900마리로 국내 전체 사육두수 969만8000마리(1분기 기준)의 0.0003%뿐이다. 대다수 돼지들은 여전히 열악한 공장식 축산환경에서 자라고 있다.
불행한 돼지들은 서로 몸을 부대낄 수밖에 없는 좁은 공간에서 자란다. 돼지코로 땅을 파면서 스트레스를 풀어야 하는데 바닥은 볏짚도 깔려 있지 않은 콘크리트로 돼 있다. 그래서 돼지들은 서로의 꼬리를 물어뜯고 싸운다. 농장주는 이를 막기 위해 태어나자마자 어린 돼지의 꼬리를 자르고 송곳니를 뽑는다. 허약하게 태어난 새끼 돼지는 사료를 줄이기 위해 농장주 손에 도태된다. 대부분 벽에 던져진다. 혹여 임신돈으로 지정되면 몸도 움직일 수 없는 ‘스톨(틀)’에 홀로 갇혀 평생 새끼만 낳다가 도축된다. 이런 환경에서 자란 돼지는 질병에 시달린다. 사람 몸에 좋을 리 없는 것이다.
검역본부 연구 결과 행복한 돼지농장으로 변신하려면 토지비용 등 초기투자 비용이 일반 농장보다 26.5% 더 들지만 일단 만들고 나면 생산비는 3.3%밖에 증가하지 않는다. 해외의 경우 동물복지 농장에서 자란 돼지는 도축 시 20∼30%의 값을 더 받을 수 있다. 정부는 동물복지 농장을 늘리기 위해 내년부터 복지농장 인증을 준비하는 농장의 초기 시설비를 지원할 계획이다.
검역본부 관계자는 “쾌적한 환경에서 건강하게 자란 돼지는 소비자에게 건강하고 안전한 축산물로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