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참사-단독] 구원파, 신협 61곳서 600억 대출 받았다
입력 2014-05-13 02:23 수정 2014-05-13 10:30
기독교복음침례회(일명 구원파)가 교회 땅을 담보로 600억원가량의 대출을 받은 것으로 12일 확인됐다. 검찰은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 일가가 구원파를 통해 신용협동조합에서 받은 대출금을 계열사 지원 등에 사용했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구원파는 1993년 고(故) 권신찬 목사로부터 서울 한강로1가의 현 서울교회 부지 831㎡를 증여받았다. 이듬해에는 구원파 전 총회장인 변우섭씨가 땅 307㎡를 교회에 증여했다. 구원파는 이후에도 박충서 전 총회장이나 교회 신도들에게서 해당 부지를 증여받거나 사들였다.
구원파는 97년 세모그룹 부도 이후 이 땅을 담보로 대규모 대출을 단행하기 시작했다. 박 전 총회장, 정모 전 총회장 등도 개인 이름으로 수억원씩을 대출받았다. 구원파나 총회장은 2000년대 빚을 모두 갚았다. 구원파가 신협을 돈줄로 삼아 대규모 대출을 일으킨 뒤 신도 돈으로 되갚는 방식으로 자금을 끌어모았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구원파는 특히 2010년 2월 18일 서울교회 부지를 담보로 수백억원대 대출을 끌어냈다. 전국 61곳 신협에서 수십억∼수백억원가량의 대출이 같은 날 일제히 이뤄졌다. 구원파는 1년 뒤 61개 신협 대출을 W은행으로 갈아탔다. W은행은 서울 한강로1가 부지와 건물, 제주도에 있는 구원파 부지를 담보로 대출금을 내줬다. 채권 최고액이 649억원으로 600억원가량의 대출이 이뤄졌음을 짐작할 수 있다. W은행 관계자는 “대출 원금은 그대로 남아 있다. 신협 이자가 비싸서 은행 대출로 갈아탄 것 같다”며 “(구원파가) 땅을 구입하려 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2010년은 유 전 회장의 장남 대균씨가 최대주주인 ㈜트라이곤코리아가 ㈜티알지개발전문자기관리부동산투자회사(티알지리츠)를 설립해 600억원대 오피스텔 분양사업을 벌이던 시기와 겹친다. 티알지리츠는 2011년 서울 화양동의 ‘광진트라이곤시티’ 개발 사업을 위한 부지를 매입했다. 당시 구원파는 트라이곤코리아에 258억원가량을 빌려주기도 했다. 구원파는 “교회 신축을 위한 돈이었다”고 해명했지만 실제 교회 건축은 이뤄지지 않았다. 교회 신축을 위해 모은 돈이 유 전 회장 가족 회사로 넘어간 셈이다. 트라이곤코리아는 대출로 마련한 회삿돈 50억원가량을 유 전 회장 일가와 측근에게 빌려주기도 했다. 구원파는 4년 뒤인 지난 4월에야 서울 삼성동·자양동, 강원도 고성군, 제주 서귀포시 보목동 등 트라이곤코리아 땅을 담보로 받았다.
구원파는 2011년에도 한강로 땅을 변기춘(42·구속)씨가 대표로 있는 ㈜온나라에 제공했다. 온나라는 해당 부지를 담보로 한평신협과 인평신협에서 13억원씩 26억원가량을 빌렸다. 구원파는 유 전 회장의 차남 혁기(42)씨가 대표로 있는 ㈜에그앤씨드가 남강신협, 전평신협 등에서 수억원을 대출받을 때 자신들의 땅을 담보로 제공하기도 했다.
인천=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