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그레이드 안전 대한민국⑦] 세월호 유족들, 장례 이후 외상후 스트레스 본격화

입력 2014-05-13 04:05


⑦ 치유·회복 프로그램 절실

세월호 참사 발생 한 달이 돼가지만 단원고 희생자 유족들이 잇따라 자살을 시도하는 등 유족의 정신건강에 적신호가 켜졌다. 장례를 치른 유가족들은 건강을 돌보지 않는 데다 장례 후 주변의 무관심 등으로 인한 공허감에 극단적인 선택을 할 가능성도 있다. 이에 따라 유족에 대한 심리치료 등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박종익 강원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12일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은 장례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나 정신적인 문제가 시작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가족을 잃은 상실감과 자책감이 장례를 치른 뒤 본격적으로 밀려오면서 우울증에 휩싸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9일과 11일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했던 단원고 학부모 2명도 자식의 장례를 치른 후였다.

박 교수는 “(장례를 치른 뒤에도) 당사자들은 계속 아프고 고통스러운데 주위에서는 어느 정도 상황이 정리된 것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다”며 “이런 심리적 괴리가 유가족들에게는 상당한 트라우마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용천 한양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도 “장례를 치르고 난 가족들은 애도의 과정을 거치게 되는데 그때 화도 나고 자식이 사망한 자체를 인정하지 못하는 심리상태에 빠지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다가 우울의 과정이 이어지는데 이를 감당하지 못하게 될 경우 극단적 선택을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평택대 피어선심리상담원장 차명호 교수(상담학)는 “정부와 국민이 장례식 이전까지는 많은 관심을 쏟고 있지만 이후엔 이들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 아무도 말하지 않고 있다”며 “관심이 줄고 잊혀질 경우 유가족들은 더 큰 좌절감과 분노를 느끼게 돼 극단적인 생각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심리치료 전문가들은 유가족들이 죄책감에 빠져 심리 상담을 기피하는 데다 사고 진실규명에 발 벗고 나서면서 상담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밀착 심리치료 등 보다 적극적인 대책을 주문했다.

하규섭 안산 정신건강트라우마센터장(국립서울병원장)은 “몸이 아프면 병원에서 주사를 맞는 것처럼 큰일을 겪었을 때 심리 상담을 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주변에서도 유가족들이 빨리 안정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민혁 연세대 원주세브란스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세월호 참사의 심리적 상처들이 해결되려면 최소한 수년의 시간이 필요하다”며 “단기적인 행사나 이벤트보다는 장기적으로 유가족들이 원하는 것을 계속 헤아려주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안산 정신건강트라우마센터에는 국립서울병원과 신경정신의학회 소속 의사, 중앙자살예방센터와 경기도 광역정신보건센터 심리요원 등 전문가 50∼60명이 상주하며 유가족 심리 치료를 지원하고 있다.

안산=김도영 기자, 박세환 기자 do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