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세월호 참사 보도도 참사였다…” 방송가 이어지는 자성 목소리
입력 2014-05-13 02:06
[친절한 쿡기자] “더 이상 시청률이라는 알량한 숫자에 취해 현실을 외면할 수 없다.” “보도원칙이 망가지는 모습을 외면한 것에 대해 뼈저린 후회와 반성을 하고 있다.”
세월호 침몰 사고를 보도해온 방송가에서 자성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지난 7일 KBS 내부 게시판에는 세월호 참사 보도를 비판하는 입사 초년생 기자들의 글이 이어졌습니다. ‘반성합니다’란 말머리가 달린 글을 통해 이들은 “뉴스에서 철저히 외면당한 목소리가 있었다” “재난주관방송사로서 부끄럽지 않은 보도를 했는지 반성해야한다” “침몰하는 KBS 저널리즘을 이대로 지켜보기만 할 수는 없다”고 토로했습니다. “유가족들이 구조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울부짖을 때 정부와 해경의 숫자만 받아 적었다” “현장에서 우리는 ‘기레기’(기자와 쓰레기의 합성어)중의 기레기였다”는 자기비판의 글도 함께 올라왔습니다.
세월호 희생자 수를 교통사고 사망자 수와 비교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던 김시곤 보도국장이 지난 9일 의혹을 부인하면서 길환영 KBS 사장의 퇴진을 요구했습니다. “보도국의 독립성을 지키지 못했다”며 자리를 내놓은 것은 공영방송의 정확한 보도에 최소한의 기대를 걸었던 국민들에게 적잖은 충격을 줬습니다. 12일부로 KBS 보도국장은 백운기 시사제작국장으로 교체됐지만 논란은 계속될 듯합니다. KBS 기자협회는 이날 오후 8시 긴급 기자 총회를 열고 외압의 실체부터 보도국장, 보도본부장의 임명동의제와 임기 등을 논의했습니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이날부터 비상대책위원회 체제에 돌입했습니다.
자성의 목소리는 MBC에서도 이어졌습니다. MBC 기자회 소속 121명의 기자들은 이날 자사의 세월호 보도를 비판하는 성명서를 발표했습니다. 이들은 “지난주 MBC 뉴스데스크는 세월호 실종자 가족을 모욕하고 비난했다”면서 “취재를 지휘해온 전국부장이 직접 기사를 썼고 최종 판단해 방송이 나갔다. 이는 보도참사였다”고 꼬집었습니다. 유족과 실종자 가족을 찾아간 박근혜 대통령의 말은 충실하게 보도했고, 해경의 초동 대처와 수색·재난 대응체계 등 정부의 책임과 관련해서는 소홀했다는 자평이 이어졌습니다.
12일 사고 발생 27일째. 대한민국은 여전히 침몰중입니다. 국가 재난 관리 시스템이 침몰했고, 이를 움직여야 할 리더십이 실종됐고, 무너지는 온 국민의 마음처럼 사회 곳곳이 끝을 알 수 없는 깊은 나락으로 가라앉고 있습니다. 침몰 중인 대한민국은 이제야 진짜 민낯을 돌아보는 아픔의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누구도 이 아픔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기레기의 몸부림, 이들의 SOS 사인이 뼈아프게 다가옵니다.
김미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