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태국 美 국토안보수사국 한국지부장 “문화재 반환, 韓 출신인 내겐 의미 두배”
입력 2014-05-13 03:56
지난달 25일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60여년 만에 한국에 반환된 대한제국 국새와 어보 등 인장 9과(顆)가 13일부터 서울 국립고궁박물관에서 공개된다. 이번에 선보이는 인장은 고종이 대한제국을 선포한 후 만든 국새인 황제지보(皇帝之寶)를 비롯해 순종이 고종에게 존호(임금이나 왕비의 덕을 기려 올리던 칭호)를 올리면서 제작한 어보인 수강태황제보(壽康太皇帝寶)가 포함됐다.
이들 인장은 6·25전쟁에 참전한 미군이 가져간 것으로 문화재청과 미국 국토안보수사국(HSI)이 공조 수사를 통해 지난해 압수했다. 이후 양국 정부의 협의를 거쳐 지난달 방한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전시에 앞서 12일 열린 언론설명회에는 이 유물들이 한국에 돌아오기까지 큰 역할을 한 조태국(42) HSI 한국지부장이 참석했다.
한국계 미국인인 조 지부장은 미국으로 불법 유출된 한국 문화재 두 건에 대해 수사하고 반환하는 실무를 맡았다. 지난달 나선화 문화재청장과 대한제국 인장 반환서에 서명하고, 지난해 9월에는 1888년 발행된 우리나라 최초의 화폐인 호조태환권 인쇄원판을 미국 정부를 대표해 성김 주한미대사관에게 전달했다. HSI는 앞서 호조태환권 인쇄원판이 불법 반출된 사실을 밝혀내고 공조수사를 통해 압수했다.
조 지부장은 “문화재와 예술품의 도난·불법거래는 이들의 역사만큼이나 오래되고, 약탈자들이 획득·수송·매매하는 능력도 점점 지능화됐다”면서 “HSI의 많은 임무 중 하나는 해외에서 반입된 약탈 문화재를 조사·압수·반환하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HSI는 불법 반입되거나 도난당한 문화재에 대한 수사를 벌여 2007년 이후 27개국에 7200여점을 반환했다”고 말했다.
그는 “국경을 넘나드는 문화재 불법 이동에서 공조수사가 매우 중요하다”며 “호조태환권 인쇄원판과 대한제국 국새 및 어보 반환은 미국과 한국 정부의 끊임없는 노력으로 가능했다”고 밝혔다. 그는 “다른 나라 문화재를 반환하는 일은 해당 국가와 정부, 국민과의 우호관계를 증진시키는 동시에 세계문화유산을 보호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한 살 때 미국으로 건너간 그는 1994년 대학 졸업과 동시에 HSI에 들어갔다. 처음에는 중남미 지역에서 마약수사를 하다 한국으로 와서 2012년 10월 한국과 일본의 HSI 수사를 총괄하는 책임자가 됐다. 영화에 나오는 특수임무 수사관처럼 검은 복장을 한 그는 “이번 문화재 반환이 한국 출신인 나로서는 의미가 깊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조 지부장은 지난해 한·미 양국이 반환하기로 협의한 조선시대 문정왕후 어보에 대해 “아직 수사 중이어서 반환 시기와 절차 등을 설명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는 “연방법에 따라 HSI는 문화재 및 예술 작품의 불법 수입 및 유통과 관련된 범죄 수사를 주도할 권한을 갖는다”며 “앞으로 불법 반입된 소중한 문화재를 조사하고 반환하는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며 말했다.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