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장 통합(총회장 김동엽 목사)은 12일 경기도 안산 단원구 예술대학로길 안산제일교회에서 ‘세월호 참사 정신적 외상 극복을 위한 1차 대화마당’을 개최하고 세월호 참사로 비탄에 빠진 한국사회의 치유와 돌봄을 위한 방안을 모색했다. 전문가들은 한국교회가 직·간접적으로 정신적 외상을 겪고 있는 한국사회에 영혼의 메시지를 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성춘 서울 광장교회 원로목사는 한국교회 목회자들이 고난 받는 이들을 위해 ‘지탱목회(sustaining ministry)’를 펼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 목사는 “보통 불의의 사고를 당해 손가락을 잃은 환자는 손가락 하나를 잃었다고 생각하지 않고 삶 전체를 잃었다며 상심해 버린다”면서 “참사 때 자녀를 잃은 부모도 이같은 상실감을 가질 수 있는데 이는 누군가 내 옆에 있다는 느낌이 들 때 악화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오 목사는 이처럼 바로 곁에서 필요를 채워주는 것을 ‘지탱목회’라고 설명했다. 이어 “교회는 유족들의 상실감이 더욱 악화되지 않도록 곁에서 함께 하며 사건을 성경적으로 재해석해주고 남은 사명이 있다는 사실을 반드시 인식시켜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이번 참사는 물질을 중시했던 우리 모두의 잘못 때문에 발생한 것이므로 ‘다시는 이 땅에 이런 참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교회는 물론 사회를 개혁하겠다’고 부르짖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윤주 이화여대 겸임교수는 교회가 영혼의 메시지를 제공하며 피해자들을 희망의 자리로 이끌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 교수는 “세월호 참사에서 볼 수 있듯 재난을 당하면 피해는 직접 당사자뿐만 아니라 가족, 친구, 구조대원, 의료전문가, 심지어 신문 방송 인터넷을 통해 사건에 노출된 일반 대중에게 미친다”면서 “특히 청소년 등 정서적으로 취약한 고위험군 집단은 ‘외상후 스트레스’가 심화될 수 있기 때문에 참사 관련 소식에 노출되는 시간을 억지로라도 통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외상후 스트레스를 입은 피해자들은 부정적 감정에 휩싸여 자기정죄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면서 “교회는 진솔하고 정직한 태도로 약물치료, 정신치료, 영적 치료, 중보기도 등 종합적 접근을 권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이 교수는 “빛과 생명 되신 주님의 메시지가 그분들에게 희망이 될 수 있다”면서 “그들에게 ‘빛을 볼 수 없는 동굴’이 아니라 ‘조만간 밖으로 나올 수 있는 터널’ 속에 있다는 사실을 이야기하며 영혼의 가치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선 전 한일장신대 교수도 국민 대다수가 정신적 외상에 노출돼 있는 만큼 교회가 치유의 공동체 역할을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 교수는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처형당하는 충격적 경험을 한 뒤 뿔뿔이 흩어져 낙심한 제자들을 찾아간 부활의 주님이 하신 첫 번째 말씀은 ‘용서한다’가 아니라 ‘와서 밥을 먹으라’는 것이었다”면서 “교회도 공황상태를 겪고 있는 사람들을 안아주며 필요를 채워주는 원초적 돌봄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교회만큼 정신적 트라우마를 치유하고 관계회복을 도와줄 수 있는 공동체는 없다”면서 “교회는 피해자들을 전문기관에 연결시켜주고 사랑과 돌봄이라는 원초적 경험을 충족시켜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심상권 한국전문심리치료원장은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증상은 참사 희생자의 생일이나 6개월에서 1년 뒤 재발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치료를 받지 않으면 평생 그 고통을 짊어지고 살아야 하므로 적극적으로 치료를 권하고 교회 내에 돌봄팀을 만들어 피해자들이 받는 느낌을 경청하는 데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교회는 예수 부활의 공로에 힘입었기 때문에 영혼의 치유가 가능한 특수집단”이라며 “한국교회는 죄책감과 수치심에 빠진 이들에게 치유와 회복의 말씀을 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차 대화마당은 오는 17일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안산=글·사진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
세월호 참사 정신적 外傷 극복을 위한 전문가들의 처방은
입력 2014-05-12 17: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