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노트] (18) 결혼식 하객 패션 중용이 좋다

입력 2014-05-13 02:46 수정 2014-05-13 21:19


카메라 플래시가 빗발치는 톱스타의 결혼식에 하객으로 참석하는 여자 연예인의 차림 행렬을 보고 있으면 어리둥절해지곤 한다. 아찔한 초미니스커트에 킬힐을 신고 등장하는 모습이 브랜드 행사에 더 부합한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남자들의 패션은 전에 없이 댄디해진 반면 여자들의 패션은 과감한 양상을 보인다. 시선이 마구 다리로 쏠리게 된다.

결혼식에 초대된 이의 옷차림에는 격이 담겨 있어야 한다. 튀어도 여성다운 우아함이 돋보이면 눈살이 찌푸려지지 않게 마련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결혼식에 일착으로 감기는 옷으로 손꼽히는 옷은 원피스다. 무릎 선을 맴도는 길이와 색감이 좋은 재킷을 갖춰 입으면 똑 떨어지는 차림이 완성된다. 겉옷이 변변치 못하면 캐시미어 숄도 효과적인 ‘의지 품목’이 된다.

멋 내는 데 선수인 한 파리지앵 친구는 결혼식에 검은색, 흰색, 바지, 손잡이가 달린 핸드백(대신 클러치 백을 든다)과 동행하지 않는다. 멋에 민감한 프랑스인들이라 하지만 결혼식에 갈 때만큼은 정통을 고수하는 점이 놀랍고 아름답다. 물론 그렇다고 바지까지 못 입을 일은 없다. 고급스러움이 배어나는 디자인이라면 굳이 마다할 이유는 없다. 검정도 흰색이나 은색, 금색, 베이지 등을 곁들이면 어둡지 않다.

결혼식장은 요염한 패션을 선보이는 무대가 아니다. 섹시한 울림이 굳이 크지 않아도 돋보일 수 있다. 패션의 정체를 간파한 패셔니스타의 면모는 감각을 잃지 않은 점잖은 차림새에서 진가를 발휘하는 법이다.

김은정(패션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