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역린’으로 금의환향 현빈 “정조의 다른 모습 보여줬다는 평가 들었으면…”
입력 2014-05-13 02:51
2012년 12월 6일, 경기도 화성에 위치한 해병대사령부 앞은 이 남자를 보기 위해 몰려든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절정의 인기를 구가하다 군에 입대한 배우 현빈(본명 김태평·32)의 전역 모습을 보기 위해 모인 인파였다. 당시 현장을 찾은 취재진과 팬의 수는 1000명이 넘었다.
현빈은 취재진과 팬들 앞에서 거수경례로 전역을 ‘보고’한 뒤 감사의 큰절을 올렸다. 그는 “단단해지고 든든해져서 돌아오겠다 약속했는데 그 약속을 지킨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연기를 너무 하고 싶었다”고 말하다 갑자기 울먹이기 시작했다. “저에게 다시 연기를 할 수 있는 시간이 왔습니다. 잘 준비해서 여러분에게 저의 에너지를 돌려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지난달 30일 현빈의 복귀작이 극장에 내걸렸다. 영화 ‘역린’(감독 이재규)이었다. 이 작품에 대한 평단의 평가는 좋지 않지만 대중은 그의 복귀에 환호하고 있다. ‘역린’은 누적 관객 수 300만명을 넘어서며 흥행작 기근에 시달리던 한국 영화계에 단비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12일 서울 종로구 삼청로 한 카페에서 현빈을 만났다. 그는 “영화에 대한 호불호가 갈리고 있지만 관객들이 극장을 꽉꽉 채워주고 있어 감사할 따름”이라며 미소를 지었다.
“제대 이후 많은 시나리오를 봤는데, ‘역린’ 시나리오는 정말 재밌더라고요. 특히 제가 맡은 인물 외에 다른 캐릭터도 전부 인상적이었어요. 더 많은 분들이 이 작품을 보셨으면 좋겠어요.”
‘역린’은 조선 제22대 임금인 정조(1752∼1800)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정조 즉위 1년이던 1777년 7월 28일 자객이 정조의 침전까지 침투한 사건인 정유역변을 모티브로 했다. 주인공 정조 역을 맡은 현빈을 비롯해 정재영 조정석 한지민 조재현 김성령 등 스타급 배우가 다수 출연한다.
“영화 속 정조는 스물다섯 살의 어린 왕이기 때문에 기존의 근엄하고 중후한 왕의 이미지와는 달라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무엇보다 인간적인 이산(정조의 이름)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정조를 다룬 드라마나 영화는 일부러 안 봤고, 관련 책을 읽으며 정조에 대해 공부했어요.”
‘역린’은 스타일리시한 화면과 배우들의 호연으로 좋은 평가를 받기도 하지만 몇몇 부분 때문에 혹평에도 시달리고 있다. 특히 캐릭터가 너무 많이 등장해 스토리의 밀도가 떨어진다거나, 군데군데 삽입된 회상 장면이 몰입을 방해한다는 지적이 많다. 작품의 주인공인 현빈의 생각은 어떠할까.
“지금처럼 뭇매를 맞을 정도의 작품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기대가 커서 생긴 현상인 거 같아요. 시각을 조금만 달리하면 좋은 평가를 내릴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역린’을 여러 번 본 분들 중엔 다시 보면 볼수록 영화가 좋다는 분들이 계시더라고요. 무대 인사를 다니며 만난 팬들 중엔 10번 보신 분도 계셨어요. 저는 그분께 ‘영화를 더 보셔야 한다’고 말씀드렸죠(웃음).”
현빈은 “‘역린’이 훗날 정조의 다른 모습을 보여준 작품이란 평가를 들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도전해 보고 싶은 캐릭터를 묻는 질문엔 “좋은 작품에 출연하고 싶다는 생각뿐”이라고 답했다.
“군인, 변호사…. 아직 안 해본 역할이 정말 많아요. 지금은 좋은 드라마나 영화에 출연하고 싶다는 생각뿐이에요. 물론 연이어 또 사극을 하게 되진 않겠죠(웃음).”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