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우 목사의 시편] 국민의 권리와 리더의 의무
입력 2014-05-13 02:55
1911년 인류역사상 ‘최초의 남극점 탐험’이라는 명예를 걸고 출발한 두 팀이 있었다. 한 팀을 이끈 리더는 노르웨이의 로알 아문센(Roald Amundsen)이었다. 그는 에스키모인들의 생활과 많은 극지 탐험을 연구한 후에 개썰매를 주 이동수단으로 결정했다. 개들이 힘든 일의 대부분을 담당하고 탐험대는 매일 6시간 동안 32㎞만을 이동했다. 탐험과정에서 생길 모든 변수를 예측하고 대안도 준비했다. 그가 기록한 탐험 중 최악의 문제는 대원 중 한 명의 치아에 문제가 생겨서 뽑은 일이었다.
또 한 팀의 리더는 영국의 해군 장교 출신 로버트 스콧(Robert Falcon Scott)이었다. 이동수단으로 동력을 사용하는 개썰매와 조랑말을 선택했다. 5일째 되던 날 혹한으로 썰매의 모터가 멈추었다. 남극 산 밑에 도착했을 때는 움직이지 못하는 조랑말을 모두 죽일 수밖에 없었다. 1912년 1월 17일 목표지점에 도착했지만 스콧을 기다리는 것은 5주 전에 두고 간 아문센의 편지와 깃발 그리고 모든 대원의 죽음이었다. 스콧은 숨진 채로 발견되었다. 그의 일기장에는 “우리는 남자답게 죽을 것이다. 영국인들의 인내와 용기를 보여주고 싶다”고 적혀 있었다.
필자는 스콧에게 말하고 싶다. “죽으려거든 혼자 죽으라.” 무능한 리더의 용기는 폭력보다 무섭다. 세월호의 아픔으로 길을 잃은 대한민국을 개조하겠다는 용기 있는 무서운 말이 나오고 있다. 그래서 전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처방전을 생각해 보았다.
첫째, 전문성을 가진 탁월한 리더가 필요하다. 둘째, 우리 자신을 개조해야 한다. 셋째, 기득권과의 전쟁을 해야 한다. 넷째, 만연한 부정부패를 척결해야 한다. 다섯째,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 여섯째, 상명하복 문화를 극복하고 수평적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보고받고 회의하고 결제하고 그리고 지시하는 사이에 세월호는 세월없이 갔다. 직위가 높은 사람이 리더십을 가지는 것이 아니라 그 지역과 사건을 가장 잘 아는 사람에게 리더십이 주어지는 문화를 말하는 것이다.
안전과 생명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문화를 만들어가는 것은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래도 포기할 수 없다. 수평적 의사결정과 책임문화를 만들기 위해 당장 할 일이 있다. 유족들이 대통령의 사과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을 유감이라 논평한 사람부터 바꾸는 것이다. 이런 의식으로는 아무것도 바꿀 수 없다. 지도자는 작금 유가족의 어떤 쓴소리와 요구도 들을 수 있어야 한다. 나의 책임이라고 정중하게 말하는 진심어린 사과가 필요하다.
국민은 탁월한 리더를 만날 권리가 있다. 국민의 권리가 리더에게는 의무인 것이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오늘은 이런 발표를 듣고 싶다. ‘구조 중 최악의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한 학생의 치아에 문제가 생겨서 뽑은 일입니다.’ 오늘은 아침부터 하늘이 잔뜩 흐렸다. 내 마음을 아는지. 그래서인지 아문센이 더 보고 싶다.
<일산 로고스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