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전쟁 트라우마, 딸의 선택은… 폴란드 연극 ‘아버지 나라의 여인들’

입력 2014-05-13 02:16


21세기를 사는 사람들에게 ‘조국’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개인은 가족과 국가, 그리고 역사의 굴레로부터 진정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 묵직한 문제의식을 파격적인 형식의 무대로 풀어내는 폴란드 연극 ‘아버지 나라의 여인들(사진)’이 한국 관객을 찾는다.

작품을 연출한 얀 클라타(39)는 서른 살에 무대에 올린 첫 작품 고골의 ‘검찰관’을 통해 폴란드 사회의 도덕적 해이를 신랄하게 꼬집으며 주목받은 연출가다. 이후 다양한 작품을 선보이며 10년 만에 폴란드 출신 거장 안제이 바이다, 크리스티앙 루파의 뒤를 이어 폴란드 국립 스테리 시어터의 예술감독으로 임명되면서 폴란드 연극의 대표 주자로 떠올랐다.

작품은 첫 장면부터 강렬하다. 검은 원피스에 빨간 하이힐을 신은 여인들이 반대 방향으로 달려간다. 이들의 머리카락은 마치 긴 탯줄처럼 서로 연결돼있다. 이어 배우들은 오페라와 가스펠까지 다양한 음악을 활용해 대사와 노래를 넘나들면서 시적인 동시에 제의적인 느낌의 무대를 펼쳐 보인다.

이를 통해 홀로코스트에서 살아남은 뒤 끔찍한 과거를 딸을 통해 보상받으려는 어머니와 그런 어머니의 집착과 지배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애쓰는 딸의 모습을 형상화한다. 특히 자신을 영화 ‘툼 레이더’의 라라 크로포트 같은 주인공에 투영시키며 어머니 세대의 문화에 적극 대항하는 딸의 모습은 부모 세대와 전후 세대의 갈등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폴란드와 비슷한 역사적 아픔과 상처를 지닌 한국인들에게 얼마나 호응을 얻을지 기대되는 작품이다. LG아트센터에서 16일 오후 8시, 17일 오후 4시 두 차례 공연된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