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세월호 집단우울증 치료사각지대부터 없애라
입력 2014-05-13 02:41
세월호 참사로 인한 충격을 극복하지 못하고 극단적 선택을 하는 2차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유가족과 피해 관련자, 사고 현장에서 희생자 가족 뒷바라지에 여념 없는 자원봉사자에 이르기까지 감내하기 힘든 극심한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는 이들에게 적절한 조처가 제때 이뤄지지 못한 탓이다. 좀더 일찍, 보다 세심한 관심을 기울였다면 충분히 막을 수 있는 피해여서 안타까움이 더하다.
참사 직후부터 안산 등지에서 자원봉사 활동을 해온 배모씨가 지난 9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경찰은 배씨가 세월호 참사 충격으로 우울증이 심해져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참사와 관련된 자살은 단원고 2학년 수학여행에 동행했다 구조된 단원고 교감에 이어 두 번째다. 유가족들의 자살 기도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 9일과 11일에는 희생된 단원고 학생 A군의 어머니와 B군의 아버지가 자살을 기도했다.
가족을 잃은 유족, 다시 떠올리기 싫은 참사 현장과 통곡의 현장을 매일 곁에서 지켜봐야 하는 자원봉사자들의 고통은 일반인이 생각하는 그 이상이다. 시신을 수습하는 잠수사들의 고통은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을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들의 심리를 “아주 위험하고 심각한 상태”로 진단하고 있다.
이러한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는 치료에 적어도 3∼4년이 걸린다. 안산지역에만 특별관리가 필요한 고위험군이 200∼300명, 심리적 치료가 필요한 사람은 10만여명에 이른다고 한다. 전국적으론 몇 명이 될지 가늠하기 어렵다. 특히 세월호 참사는 사회의 총체적 비리와 적폐로 발생한 대형 인재여서 천재지변의 경우보다 치유에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치료 프로그램과 계획을 세울 필요가 여기에 있다.
무엇보다 치료 사각지대를 없애는 일이 급하다. 그런데도 지금 이뤄지고 있는 심리치료는 중구난방이다.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유기적 협조 없이 독자적으로 심리치료센터를 가동하고 있다. 경찰도 따로 피해자 심리안정팀을 두고 있다. 참사 직후 컨트롤타워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사고를 수습하던 그 모습 그대로 심리치료가 이뤄지고 있으니 정부가 정신을 차리려면 아직 멀었다.
현재 치료가 절실한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연락이 되지 않고 있다고 한다. 이들이 고통을 혼자 감당하게 해서는 안 된다. 동질감과 유대감을 느끼게 해 심리적 안정을 갖도록 하고 미래에 대한 동기를 부여해 삶에 희망을 북돋아줘야 한다. 그것이 국가가 존재하는 이유이고 우리 사회가 해야 할 일이다. 여기엔 상당한 국가 예산이 들고 제도적·법적 장치도 뒷받침돼야 한다. 5월 국회가 반드시 해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