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승환 서울성모병원 교수 “당뇨병 예방은 전 단계인 공복혈당·내당능장애 부터 관리를”

입력 2014-05-13 02:02


평소 운동을 거의 하지 않고, 탄수화물 섭취가 잦으며 육류 등 지방질 음식을 선호했던 40대 남성 김모씨. 그는 어느 날 병원에서 당뇨병 전 단계인 ‘공복혈당장애’라는 진단을 받았다. 의사는 관리를 소홀하면 당뇨병으로 진행될 수 있다며 우선 생활습관부터 개선하라고 권고했다.

당뇨병 환자 중에는 병이 상당히 진행됐거나 합병증이 발생한 후에야 병원을 방문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당뇨병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그 전 단계인 ‘공복혈당장애’와 ‘내당능장애’ 때부터 관리해야 하는데, 뒤늦게 병원을 찾는 바람에 그런 기회를 잃는 것이다.

2013년 대한당뇨병학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30세 이상에서 약 20%가 당뇨병 전 단계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30세 이상 국민 10명 중 3명 정도는 당뇨병을 가졌거나 당뇨병으로 진행될 위험성을 가지고 있다.

이승환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를 만나 공복혈당장애와 내당능장애의 효과적인 관리 및 당뇨병 예방법에 대해 들어 봤다. 이 교수는 “당뇨병은 한 번 걸리면 평생 관리해야 하고 합병증 발생 확률도 높은 무서운 질병”이라며 “당뇨병 전 단계에서 조기에 관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당뇨 초기 단계에 해당하는 공복혈당장애나 내당능장애는 일반인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이 교수는 “쉽게 말해 정상과 당뇨병 사이에 있는 단계로서 당뇨병 전 단계를 일컫는다”며 “당뇨병 초기 단계에 있는 이들은 혈당이 정상 값보다 높아 추후 당뇨병으로 진행될 위험성이 크다”고 말했다.

당뇨병의 진단 기준은 8시간 이상 금식을 한 후 혈당을 측정했을 때, 126mg/dL 이상인 경우에 해당한다. 정상일 경우는 100mg/dL 미만이며, 공복혈당장애는 혈당 측정 시 100mg/dL부터 125mg/dL에 해당하는 경우다. 또 포도당을 포함한 용액을 마시고 2시간 후에 혈당을 측정하는 당부하 검사에서 200mg/dL 이상이면 당뇨병으로 진단한다. 정상의 경우 140mg/dL 미만에 해당하며, 그 사이인 140mg/dL부터 199mg/dL 범위인 경우 내당능장애에 해당된다.

공복혈당장애가 위험한 이유는 당뇨병으로 진행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일반적으로 당뇨병 전 단계에서 당뇨병으로 진행될 확률은 정상인에 비해 5∼6배 정도 높다”고 강조했다.

당뇨병은 완치할 수 없는 병으로 알려져 있다. 공복혈당장애나 내당능장애도 마찬가지일까. 이 교수는 “일단 당뇨병이 발생하면 정상으로 회복되기 어렵다”며 “반면 당뇨 전 단계에서는 생활습관 교정과 체중 감량 등을 통해서 정상 수준으로 돌아오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실제 당뇨병 예방 프로그램(Diabetes Prevention Program) 연구에 따르면 당뇨 전 단계에 해당되는 3000여명을 체중 7% 이상 감량과 일주일에 150분 이상의 운동을 하게 한 군, 당뇨병 치료제인 메트포르민을 투여한 군, 위약 투여 군으로 나누고 3년 후를 관찰했을 때 생활습관을 개선한 군에서 약 58%가 당뇨병으로 진행되는 것을 막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노력에도 당뇨병 진단을 받았다면 초기 치료에 집중 투자해야 한다. 당뇨병 약들은 자주 먹어야 하고 먹는 방법도 다양해 복용하기가 불편하다. 이 때문에 복용을 중단하는 사례도 많은데, 최근에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복합제나 1일 1회 복용으로 약효가 24시간 지속되는 약을 개발하기도 했다.

이승환 교수는 “2050년에는 당뇨병 환자가 거의 2배 가까이 늘어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며 “당뇨병 대란으로 인해 발생하는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최소 1년에 한 번 혈당 검사를 하고, 과식을 피하며, 당분이 많은 음식의 섭취를 자제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장윤형 쿠키뉴스 기자 vitamin@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