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세브란스 내분비내과 안철우 교수 “줄기세포로 당뇨병 치료… 동물실험서 큰 진전”
입력 2014-05-13 02:01
한국인이 앓는 당뇨병의 특징은 발병 초기에 식사와 운동으로 체중을 감량하면 호전되는 경우가 많은 제2형 당뇨병(인슐린비의존형)이라는 점이다. 하지만 환자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병이 어느 정도 진행되었다면 여러 가지 합병증이 발생해 일상생활의 질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수명을 단축시킨다.
안철우 강남세브란스 내분비내과 교수는 병의 진행을 막기 위한 환자별 맞춤치료를 지향하는 동시에 당뇨병 정복에 도전하기 위해 줄기세포 치료술을 꾸준히 연구하고 있다. 안 교수는 수많은 당뇨병 환자를 치료하면서 얻은 임상경험과 다양한 당뇨병 연구 성과를 토대로 한국인 당뇨병의 특성을 분석하고 환자마다 각기 다른 관리요령을 제시해 왔다. 안 교수는 “모든 당뇨환자가 똑같은 약을 쓰는 것은 아니다”며 “환자의 체질이나 생활패턴이 모두 제각각이기 때문에 그에 맞는 처방을 내린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당뇨병의 치료에는 ‘체중조절’이 중요하다며 “한국인 당뇨병이라고 말할 수 있는 제2형 당뇨병은 주로 과체중이거나 비만인 40대 이상 성인에게서 나타나는데 특히 복부비만인 당뇨환자는 합병증 발생위험이 높으므로 정상체중으로 되돌리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때 습관화할 수 있는 가벼운 운동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현대의 당뇨병 치료는 식이요법, 운동요법, 약물치료를 통해 당 수치를 조절하며 합병증을 예방하는 것이다. 원인을 제거하는 근본적인 치료법이라기보다는 삶의 질을 유지하는 치료법이다. 언제 폭발할지 모를 ‘당’이라는 통제 불능의 폭탄을 몸 안에 숨겨둔 채 불완전한 치료를 해 왔다. 안철우 교수는 “인슐린 저항성을 호전시키는 약제, 췌장의 베타세포에서 인슐린 분비를 촉진시키는 약제 등이 개발됐지만 결과적으로는 질병이 점차 악화되어 환자를 고통스럽게 한다. 현재의 약제들로 ‘완치될 수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미래의 당뇨병 치료는 췌장의 인슐린 분비능력을 복원하는 방향으로 진행될 것이다. 많은 연구진들이 당뇨병 완치를 위해 밤낮으로 연구에 매진하고 있기 때문에 머지않아 당뇨병 완치의 길이 열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현재 안철우 교수는 ‘줄기세포’를 이용해 당뇨병 정복에 도전하고 있다. 환자의 줄기세포에서 분화한 인슐린 분비세포를 이식하는 임상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당뇨병 치료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접근이라고 할 수 있다. 안 교수는 “사람의 눈 밑 지방이나 복부 지방에서 분리한 줄기세포를 분화시켜 인슐린 분비세포를 만들었다. 2형 당뇨병에 걸린 실험용 쥐 신장에 줄기세포에서 분화한 인슐린 분비세포를 이식한 뒤 혈당 변화를 관찰했더니 혈당수치가 이식 전 416.7㎎/dL에서 이식 후 238.4㎎/dL로 떨어졌다. 아직은 동물실험 단계지만 완치에 대한 자신감을 얻었다. 곧 사람에게도 임상시험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안 교수는 또 당뇨병 합병증을 조기진단하기 위한 의료기기를 개발 중이다. 휴대용 혈당측정기는 간편하긴 하지만 채혈 당시의 혈당치밖에 알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안 교수는 “키트(kit)를 통해 적혈구 이상 여부를 확인한다면 자각증상이 없더라도 합병증 위험을 조기에 판단할 수 있어 당뇨환자들에게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단비 쿠키뉴스 기자 kubee08@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