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군, 적군 시신 기념사진 파문

입력 2014-05-12 02:32

아프가니스탄 파병 부대의 영국군 병사 2명이 사살된 탈레반 대원을 배경으로 찍은 기념사진이 유출됐다고 텔레그래프 등 영국 언론들이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문제의 사진은 2012년 9월 아프가니스탄 바스티온 영국군 기지에서 촬영된 것으로 인터넷 폭로사이트 ‘라이브 리크(www.liveleak.com)’를 통해 처음 공개됐다. 기지 공격을 감행한 탈레반 병사와 야간전투를 치르고 시신을 전리품 삼아 기념사진을 찍은 것으로 보인다.

유출된 사진은 2장으로 무장한 영국군 2명이 각각 동일한 탈레반 시체 옆에 쪼그리고 앉아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운 장면을 담고 있다. 문제가 된 병사들은 사진이 유출된 뒤 후방으로 배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이 촬영된 날에는 탈레반 무장대원의 공격으로 바스티온 기지에서 미국 해병대원 2명이 숨지고 영국군 여러 명이 부상했다.

영국군은 사진 유출 파문에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영국군 관계자는 “사살된 적군의 시신을 기념사진으로 담는 것은 용납될 수 없는 행위라며 엄중히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현재 조사 중인 사안이라 더 이상의 논평은 부적절하다”며 말을 아꼈다.

국제앰네스티(AI)의 조안 마리너 법무담당관은 “적군의 시신을 함부로 다루는 행위는 명백한 제네바 협정 위반”이라며 “공정하고 철저한 진상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동안 영국군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파병된 병사들의 비윤리적인 행위로 인해 많은 비난을 받아 왔다.

텔레그래프는 관련 사건이 2000건을 넘어섰다고 전했다. 지난해 12월에는 한 영국 해병이 중상을 입은 탈레반 병사를 사살해 살인죄로 10년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맹경환 기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