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2개州 ‘분리 독립’ 주민투표 강행
입력 2014-05-12 02:40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와 루간스크에서 분리독립 여부를 묻는 주민투표가 결국 강행됐다.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에서 한발 물러나는 듯했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투표 강행에 묵묵부답했고, 심지어 러시아에 합병된 크림반도를 방문해 주민들을 격려하는 등 또다시 서방을 도발하고 있다.
도네츠크와 루간스크 2개 주에선 1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중앙정부로부터 분리독립 여부를 묻는 주민투표가 실시됐다. 친러 세력은 유권자의 80% 이상이 분리 독립에 찬성표를 던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에 주민투표를 실시하지 않은 동부 하리코프와 남부 오데사도 조만간 주민투표를 실시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동부의 분리가 크림반도처럼 쉽게 진행되긴 힘들어 보인다. 이미 러시아가 합병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고, 크림반도에 비해 친러 성향도 강하지 않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알렉산드르 투르치노프 우크라이나 대통령 권한대행은 “주민투표가 대다수 주민의 일상과 사회제도 및 경제를 완벽히 파괴할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키예프포스트는 슬라뱐스크에서 친러 시위대가 ‘찬성’ 표시가 된 투표용지 10만장을 미리 만들어놨다가 적발됐다며 부정투표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워싱턴포스트(WP)도 선거인 명부가 2년 전에 작성됐고 여권만 있으면 주민이 아니어도 투표에 참여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주민투표를 연기해 달라고 요청했던 푸틴 대통령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지난 9일 크림반도를 찾아 “이곳 주민들이 러시아와 함께하기로 결정한 2014년은 역사에 길이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방은 푸틴 대통령의 이런 행동에 대해 비난하고 나섰다. 젠 사키 미 국무부 대변인은 “푸틴 대통령의 방문은 도발적이고 불필요한 행위였다”고 밝혔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도 9일부터 이틀에 걸쳐 비공식 회동을 한 뒤 공동성명을 내고 “우리는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서 대선이 진행될 수 있도록 긴장 완화를 위한 추가적인 신호를 보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며 “대선이 치러지지 않으면 우크라이나에 불안이 가중되고 이럴 경우 러시아에 추가 제재를 가할 준비가 돼 있다”고 경고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