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참사] 팽목항 잠수사들의 눈물… 암흑 속 시신 눈앞까지 당겨야 식별

입력 2014-05-12 02:37

“캄캄한 물속에서 손으로 앞을 더듬다가 물컹한 느낌이 들면 눈앞으로 당겨서 확인합니다. 동료와 함께 선내 밖으로 시신을 옮겨 인계한 뒤 다시 수색에 나서죠. 물속이지만 눈물이 납니다.”

세월호 침몰 사고 26일째를 맞은 11일 오전 바지선에서 수색 대기 중인 민간잠수사 안길필(42)씨는

사고 다음 날인 지난달 17일 사고 현장에 달려와 25일 동안 25차례 수색작업에 참여하고 있다.

그는 “물속에서 학생을 만나면 ‘얼마나 힘들고 고생했니. 여기 있지 말고 같이 나가자’고 위로하며 데리고 나온다”고 말했다. 안씨는 “자판기에 깔려 있는 학생을 수습할 때는 가슴이 무너져 내려 소리 내어 울고 싶은 심정이었다”고 말했다.

해군 특수정보대(UDU) 출신인 안씨는 “시신을 찾아 인계해주고 잠시 휴식을 취할 때는 온갖 생각이 머리를 짓누른다”며 “아이들이 깊은 바닷속에서 죽음을 맞이할 때 참혹한 고통을 느꼈을 것을 생각하면 밤에 잠이 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공기통 잠수사 김모(45)씨도 수색이 길어질수록 시신 수습하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라고 전했다.

“사고 초기엔 물 밖으로 학생들을 데리고 올라올 땐 한 손으로 잡고 서서히 올라왔다”면서 “그러나 날이 갈수록 물속에서 시신 상태가 안 좋아져 훼손되지 않도록 안고 올라온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물위로 올라올 때는 감압을 위해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시신을 안고 있는 동안 공포심이 들 법도 하지만 자식 같은 아이들의 죽음을 보면서 슬픔이 공포를 압도한다고 한다.

김씨는 “많은 시신을 수습 과정에서 겪은 공포와 두려움 등 정신적 상처를 입은 것은 사실”이라며 “이런 고민들을 동료들과 함께 나눈다”고 말했다.

작업과정에는 온갖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안씨는 “지금 시작되고 있는 선체 내 붕괴현상이 가속화됨에 따라 앞으로 수색을 마치고 선체를 빠져 나올 때 퇴로가 막혀 갇히게 되면 목숨을 잃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현재 사고 해역에서의 실종자 수색은 미리 바지선에서 선체로 연결해 설치해 놓은 가이드라인(생명줄)을 따라 2인 1조의 잠수사 두 팀이 들어간다.

먼저 2인 1조의 머구리(표면에서 공기를 호스로 공급받는 방식) 잠수사 한 팀이 바닷속으로 들어가 선체 내로 진입해 수색을 시작한다.

이어 2인 1조의 공기통 잠수사 한 팀이 곧바로 들어간 뒤 선체 진입로 입구에 대기한다. 이들은 먼저 들어간 머구리 잠수팀이 실종자 시신을 선체 내에서 찾아 나오면 시신을 인계받아 수면 위로 올라온다.

이때 감압에 의한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최대한 늦은 속도로 올라오게 된다. 30~40m의 수심에서 올라오는 시간은 5분 정도 걸린다.

작업시간을 감안해 공기통(20분 용량) 2개를 메고 최대 40여분을 버티게 된다. 공기통의 무게도 30㎏(1개 15㎏)으로 꽤 무거워 작업이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선내에 진입해 실종자 시신을 찾아 수습에 나서는 머구리 잠수사는 이보다 더 큰 두려움과 고통을 느낀다고 한다.

안씨는 “수색에 있어서 가장 두려운 것은 공기 호스가 작업 도중 꼬이거나 선체의 모서리 등 날카로운 것에 걸리거나 찢겨져 사고를 당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에 대한 강박관념과 두려움이 가장 크다”고 말했다.

현재 사고 해역에서 수색에 나서고 있는 머구리 잠수사 대다수가 10~20년 이상의 ‘베테랑’들이지만 언제 어느 때 사고가 발생할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순간순간이 긴박한 상황이다.

오랜 수색작업으로 몸과 마음이 지친 상태다. 잠수인력이 부족해 바지선에서 먹고 자기 때문에 파도가 심한 날에는 숙면을 취할 수도 없다. 그러나 차가운 물속에 있는 희생자과 슬픔에 잠겨 있는 유족들을 생각하며 사명감으로 일하고 있다고 그들은 입을 모았다.

진도=김영균 기자 ykk22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