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 심장시술] 삼성, 후계구도, 계열사간 사업조정 속도 낼 듯
입력 2014-05-12 02:35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건강 변수’로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 사업구조 재편에 나선 삼성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삼성그룹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중심으로 한 경영권 승계를 위해 계열사 간 사업조정과 지분정리를 활발하게 진행하던 중이었다. 따라서 이 회장의 건강 악화로 향후 경영구도 재편에 속도를 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마하(Mach) 경영’으로 불리는 일련의 경영혁신 작업에 차질이 빚어지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지난달 17일 이 회장은 96일 만에 귀국했다. 이와 동시에 삼성그룹이 요동쳤다. 이 회장이 6개월 만에 첫 출근한 지난달 22일 삼성 계열사들은 재무구조 개선과 사업구조 재편을 잇달아 발표했다.
삼성전기·삼성정밀화학·제일기획·삼성SDS 등 삼성 계열사들은 삼성생명 보유지분을 전량 매도하기로 결정했다. 삼성카드는 보유 중인 삼성화재 지분 29만8300여주(0.63%)를 주당 23만8500원에 모두 삼성생명에 매각한다고 공시했다. 업계에서는 삼성생명을 중심으로 금융계열사를 재편하려는 포석으로 해석했다. 또 삼성정밀화학은 삼성전기에 적층세라믹콘덴서(MLCC)의 원재료인 세라믹파우더를 생산하는 설비 등 자산 311억원을 양도한다고 공시하는 등 계열사 간 사업권 이양도 이뤄졌다.
출근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굵직한 계열사 간 지분 및 구조조정 작업을 해치운 이 회장의 행보에 재계에서는 “본격적인 경영권 승계 작업의 신호탄이 올랐다”고 분석했다. 3세 경영권 승계를 위한 삼성그룹의 움직임은 지난해부터 꾸준히 계속됐다. 제일모직의 패션사업부를 삼성에버랜드로 넘기면서 대대적인 사업조정이 있었다. 지난 3월 삼성SDI와 제일모직을 합병한 데 이어 지난달에는 삼성종합화학과 삼성석유화학을 통합했다.
특히 지난 8일 삼성SDS 상장 계획이 발표됐다. 삼성SDS 주식은 이 부회장을 비롯해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에버랜드 사장 등이 50% 가까이 소유하고 있다. 삼성SDS 상장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경우 경영권 승계를 위해 필요한 실탄을 마련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삼성생명 지분 정리와 삼성SDS 상장과 같은 중요한 의사결정은 이 회장이 귀국한 지 채 한 달도 안 돼 이뤄졌다. 이런 발 빠른 움직임을 두고 일각에서는 이 회장의 건강문제와 연결짓기도 했다.
재계에서는 경영권 승계 작업을 통해 이 부회장이 전자와 금융계열, 이부진 사장이 서비스와 화학계열, 이서현 사장은 패션과 광고계열을 각각 맡게 될 것으로 예상한다.
이런 밑그림대로 기존 전자·금융부문의 사업구조 조정이 진행됐고, 계열사 간 지분정리 등도 상당부분 이뤄졌다. 이제 남은 것은 3남매가 상당한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삼성에버랜드를 지주회사로 전환한 뒤 각각 계열분리를 하는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삼성에버랜드는 이 부회장이 25.10%, 이부진·이서현 사장이 각각 8.37% 지분을 갖고 있다.
삼성에버랜드를 지주회사로 두고 그 아래 각 계열사를 배치하면 3남매가 삼성그룹을 장악하는 새로운 구도가 짜여진다. 그러나 이미 대부분 계열사가 전문경영인 체제로 운영 중인 삼성그룹은 3세로 경영권이 이동해도 당장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