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그레이드 안전 대한민국⑥] 당황하면 머릿속은 백짓장… 체험형 안전교육만이 살길

입력 2014-05-12 02:29

고층아파트나 건물에서 비상계단으로 직접 내려와 본 훈련을 한 번이라도 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화재 등 위기상황에서 생존확률 차이가 크다. 머릿속으로 알고 있는 것과 실제로 해본 것은 위기상황 때 죽고 사는 갈림길이 된다. 긴급한 비상상황에서는 당황한 나머지 머릿속 지식이 무용지물이 되고 올바른 대처를 하지 못할 우려가 높다. 결국 체험교육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백민호 강원대 재난관리공학과 교수는 11일 “재난상황에서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평소 훈련을 통해 위기대응 요령을 몸으로 익히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재난 시 대응지침을 담은 정부 매뉴얼은 세부적인 것까지 포함해 3200개가 넘는다. 기관·유형·장소별로 다양하다. 하지만 다 외우고 있을 수도 없고 설령 알고 있다 하더라도 직접 해본 경험이 없으면 비상상황 때 적용하기 어렵다. 매뉴얼조차 현실성이 떨어지거나 사문화되다시피 한 것도 많다.

반복적인 교육과 훈련을 통해 대처법을 터득하고 현실에 맞지 않는 점을 보완해 가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그러나 우리의 재난안전 교육은 허술하기 짝이 없다.

교육시간이 적을 뿐만 아니라 이마저도 형식적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아동복지법 시행령에 따르면 유치원과 초·중·고교에서 매년 재난 대비 교육 6시간을 포함해 44시간 이상의 안전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그러나 의무교육 시간을 준수하는 곳은 전국 초등학교의 12.9%밖에 되지 않는다. 이들마저도 81.9%는 TV로 영상을 시청하는 이론 교육이다. 선진국에서 아이들이 창문에서 줄을 잡고 내려오는 훈련을 받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성인들의 경우 상당수가 심폐소생술을 연습해 본 적도 없다.

이영주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화재나 안전사고 등 실제 발생 빈도가 높은 생활형 재난을 중심으로 체험형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며 “행동요령을 오감으로 배울 수 있는 재난안전 체험 시설도 확충해야 한다”고 말했다.

라동철 선임기자 rdch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