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 2900’ 페이스북 친구들… 이재현 교수 제안으로 커뮤니티 창립 회원 120명 넘어
입력 2014-05-12 02:47
페이스북 기부모임 ‘나눔 2900’이 서울 성동구에 있는 회원의 사무실에서 지난 7일 창립식을 가졌다. 이 모임을 처음 제안한 이재현(51) 동덕여대 교수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저녁 값을 모아 기부하겠다’는 뜻을 밝힌 지 2개월여 만이었다.
“기부 모임이나 운동을 만들겠다는 생각은 없었습니다. 일기장에 쓰듯 스스로의 다짐을 적은 것이었는데 ‘같이하고 싶다’ ‘동참하겠다’는 사람들이 하나 둘 늘어났죠.”
11일 서울 성북구 화랑로 동덕여대 연구실에서 만난 이 교수는 ‘나눔 2900’을 만든 계기를 이렇게 설명했다. ‘2900’은 동덕여대 식당의 한 끼 밥값에서 따왔다. 그는 지난 2월 반지하 방에서 마지막 월세, 공과금으로 쓸 70만원을 남기고 숨진 채 발견된 ‘송파 세 모녀’ 사연을 보고 밥 한끼 값을 어려운 이웃과 나누기로 결심했다.
이 교수는 지난 3월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다. “2900원은 아주 미미한 금액일 수 있다. 하지만 저보다 더 이 돈이 필요한 사람들을 위해 나서겠다”고 했던 이 교수의 진심은 빠르게 퍼져나갔다. ‘나눔 2900’이라는 이름의 커뮤니티가 만들어졌다. ‘좋아요’를 누르며 공감하다가 기부를 약속한 회원이 벌써 120명을 넘었다. 이 교수는 “미국 홍콩 등 해외에서도 참여하고 있다. 전문직부터 주부까지 직업도 다양하다. 어떻게 알고 찾아오는지 신기하다”고 말했다.
‘나눔 2900’은 기부액을 따로 정하지 않는다. 살면서 생각하는 기부의 의미가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어떤 이는 맥주 한 잔을, 어떤 이는 삼겹살을 한 번 덜 먹겠다고 한다. ‘남편에게 맛있는 저녁을 차려주고 가끔씩 받는 용돈으로 기부하겠다’고 밝힌 미국에 사는 주부도 있다. 내 삶에서 무엇인가를 양보하고 다른 사람을 위해 어떻게 쓰일지 생각할 때 자발적이고 지속적인 기부가 가능하지 않을까”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나눔 2900’의 활동과 모금액은 페이스북을 통해 모두 공개된다. 기부금의 30∼40%가 운영비로 쓰이는 법인·단체와 달리 ‘나눔 2900’은 따로 운영비가 들지 않아 전액을 기부한다. 모금액이 어떻게 쓰였으면 좋겠느냐는 질문에 이 교수는 “‘송파 세 모녀’처럼 사회안전망의 빈 자리에 있는 차상위계층을 돕는 게 기본적인 목표”라며 “대상자도 기존 단체보다는 회원들의 인적 네트워크를 이용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어 “돈만 나누는 게 아니라 우리들의 마음과 감동, 스토리를 나누는 새로운 나눔문화를 만들고 싶다”고 강조했다.
박상은 인턴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