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중절모에 선글라스 “놀러 나왔나”… 檢 출두 전양자 ‘나들이 패션’ 눈살

입력 2014-05-12 02:33


[친절한 쿡기자] “옷이 왜 이래?”

지난 10일 오후 인터넷 기사를 보던 지인이 이렇게 혼잣말을 하고는 스마트폰을 쓱 내밀었습니다. 처음엔 누구인지도 몰랐습니다. 기사 제목을 보고 배우 전양자(본명 김경숙·72)씨라는 걸 알았습니다.

세월호 실소유주 비리를 수사 중인 인천지검 특별수사팀(팀장 김회종 차장검사)은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측근인 전씨를 피조사자 신분으로 소환했습니다. 전씨는 유 전 회장 일가의 계열사인 국제영상, 노른자쇼핑, 기독교복음침례회(일명 구원파)의 본산인 경기도 안성 소재 금수원 대표, 지주회사 격인 아이원아이홀딩스 이사를 맡고 있습니다. 유 전 회장 일가 계열사의 핵심 경영인으로 떠오른 전씨는 유 전 회장의 비자금 조성 등에 연루된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전씨는 취재진이 “경영지시를 받거나 회삿돈을 빼돌린 적 있느냐”고 묻자 “전혀 없다. 걱정 말라”고 대답했습니다. 전씨가 피조사자 신분으로 끝이 날지, 피의자 신분이 될지는 조사 결과에 따라 달라질 겁니다.

하지만 정작 이목을 집중시킨 건 전씨의 의상이었습니다. 화려했습니다. 중절모, 재킷, 니트, 바지, 구두까지 모두 베이지색 톤이었습니다. 머리부터 발까지 색상을 맞춘 겁니다. 중절모에 붙어있는 장식과 허리띠는 패션쇼를 연상시키기도 했습니다. 신경 많이 썼더군요. 선글라스를 낀 전 씨는 미소까지 지었습니다.

인터넷에서 네티즌들의 반응을 살펴봤습니다. “나라가 초상집 분위기인데 적어도 예의는 갖춰야 할 것 아니냐” “아주 보란 듯이 입었군” “놀러 나왔느냐” “아무리 연예인이지만 점잖은 옷 입고 나와야 하는 것 아닌가” “마이클 잭슨이 울고 갈 옷차림”이라는 등 많은 네티즌들이 눈살을 찌푸렸습니다.

전씨에게 말하고 싶은 건 ‘조심’과 ‘배려’입니다. 비탄에 빠진 유가족들에게 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들의 슬픔을 이해하려는 노력은 가능합니다. 거창하지 않습니다. 최소한 그들이 보고 듣는 앞에서만이라도 표정에 신경 쓰고, 말 한마디라도 한 번 더 생각한 후에 해야 한다는 겁니다. 이렇게 조심하려고 애쓰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는, 그러면서 꼭 필요한 배려입니다. 전씨가 자신의 모습을 유가족들이 보게 될 줄 몰랐다고 한다면 거짓말이겠죠.

더구나 현재의 전씨에게 배려라는 말이 맞는 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전 씨는 유 전 회장의 최측근으로서 검찰의 조사를 받고 있습니다. 출연 중이었던 드라마에서도 하차했습니다. 검찰은 조사결과를 검토한 뒤 전 씨에 대한 사법처리 수위를 결정할 방침입니다. 오히려 유가족과 대중 앞에 죄스러운 마음으로 서야 더 어울릴만한 처지라는 겁니다. 그런데 ‘검찰 나들이 차림’으로 나타나 남들 다하는 “유가족들께 죄송합니다” “마음이 아픕니다”라는 사과도 하지 않았습니다. 네티즌들이 분노 하는 건 바로 이 때문입니다.

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