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치병 앓으면서도 환우 위해 노래봉사… 병원서 찬양사역 서예준 집사

입력 2014-05-12 02:33 수정 2014-05-12 10:13


11일 오전 9시 30분, 서울 강동구 동남로 강동경희대학교병원 강당 안에서 검은색 정장에 흰색 셔츠를 단정하게 차려 입은 한 남성이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한시간 뒤에 시작할 예배에 앞서 남자는 두 눈을 꼭 감은 채 5곡의 찬송가를 불렀다. 휑하게 비어있는 강당, 디지털 반주기의 투박한 반주에 맞춘 연습에도 그의 진심이 전해졌다.

10시 30분 병원 환자들과 함께 하는 주일예배가 시작됐다. 강대상 앞으로 나온 남자는 앞서 연습한 곡 중 ‘심령이 가난한 자는’이라는 한 곡의 찬송을 불렀다. 그는 희귀 난치병을 겪고 있으는 서예준(47) 집사다. 환우들을 위해 단 한 곡을 부르기 위해 한 시간을 연습했다. 서 집사는 지난해부터 SBS ‘놀라운 대회 스타킹’ 등 여러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한국의 폴 포츠’로 알려졌다.

서울 형통한순복음교회에 출석하는 서 집사는 2012년 6월 길에서 8t 트럭에 치였다. 목숨은 건졌지만 사고는 복합부위통증증후군(CRPS)이라는 희귀 난치병을 남겼다. CRPS는 신경계 이상으로 양팔과 양손, 피부 등에 조금만 자극이 와도 극심한 통증을 유발하는 질병이다. 서 집사의 경우 손톱조차 깎을 수 없어 이날 그의 오른손 손톱은 5㎝ 까지 자라 있었다.

서 집사는 투병 중에 노래와 만났다. 노래를 부를 때만큼은 고통을 잊을 수 있었다. 병원 예배실(강당)이 문을 닫을 때까지 찬양을 하곤 했다. 그러면서 잊고 살았던 찬양사역자로서의 소명을 다시 발견했다. 서 집사는 매달 한 차례 강동경희대병원 주일예배를 찾아 특별찬송을 부른다. 더 자주 오고 싶지만 현재는 이것이 그의 건강이 허락하는 한계다.

이날은 70여명의 환자와 가족이 그의 찬양을 들었다. 예배 후 서 집사와 함께 사진을 찍는 이들도 있었다. 교통사고로 한 쪽 다리를 잃은 조모(60·여)씨는 “입원할 때마다 병원교회에서 예배를 드리는데, 오늘은 찬송에 더 큰 은혜를 받았다”고 말했다. 병상에 누운 채 예배를 드리러 온 천모(32)씨는 “본인도 몸이 불편한데, 우리를 위해 이렇게 찬송을 불러주셔서 얼마나 감사한지 모르겠다”고 전했다.

서 집사는 지난 3월 KBS 아침마당의 ‘가족이 부른다’ 프로그램에서 받은 우승상금을 이 병원에 기부했다. 이 돈은 할머니와 함께 생활하며 투병 중인 여중생의 치료비로 쓰였다. 앞으로도 수입이 생길 때마다 기부하고 찬양으로 봉사하고 싶다고 한다. 오는 17일 서울 포스코센터에서 열리는 폴 포츠 내한공연에서 그는 5곡의 노래를 부를 예정이다. 직접 작사·작곡한 음원도 16일쯤 공개된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