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박뇨 ‘과민성 방광’ 줄기세포 치료로 새 章 열다
입력 2014-05-12 02:11
김모(72) 씨는 최근 많은 사람들 앞에서 실수로 바지에 소변을 지려 망신을 당했다. 요의를 느끼자마자 갑자기 일어난 일이었다.
김씨를 더욱 우울하게 만든 것은 그 일로 병원을 찾았더니 평생 약을 먹지 않으면 해결할 방법이 없다는 비뇨기과 의사의 진단이었다.
행여나 또 망신을 당할까봐 김씨는 외출을 꺼리게 됐다. 자다가도 소변이 마려워 수시로 깨는 바람에 푹 잘 수도 없어 하루하루 마음이 무겁기만 하다.
소변을 참기 어려운 ‘절박뇨’와 화장실에 수시로 가야 하는 ‘빈뇨’, 소변이 마려워 잠을 자주 깨는 ‘야간뇨’는 노인들의 ‘과민성 방광’으로 인해 나타나는 증상들이다. 과민성 방광은 본인 의지와 상관없이 방광근육이 수축, 소변을 밀어내는 병이다. 국내에선 60세 이상 고령자의 약 30%가 호소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렇듯 사람을 곤혹스럽게 만드는 과민성 방광을 줄기세포 치료로 극복하는 길이 열리게 됐다.
서울아산병원 비뇨기과 주명수(사진·왼쪽) 교수팀은 울산의대 대학원 신동명(사진·오른쪽)교수팀과 함께 과민성 방광 증상을 가진 쥐에 사람의 지방에서 얻은 성체줄기세포를 주입하고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2∼4주 관찰하는 실험을 한 결과 방광신경세포 재생 효과를 확인했다고 11일 밝혔다.
실험쥐의 방광신경세포 수는 줄기세포 시술 전에 비해 최대 10.3배나 늘어나 있었던 것이다. 이 덕분에 퇴행성 변화로 손상된 방광신경계가 되살아났고 절박뇨 빈뇨 야간뇨 등의 과민성 방광 증상도 개선됐다.
실험에서는 병적으로 비대해진 배뇨근(소변을 배출할 때 사용되는 방광 근육) 조직도 35% 가량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자기 의지와 상관없이 방광근육의 이상 수축으로 소변을 지리는 증상이 완화됐음을 의미한다. 동물실험 단계라 하더라도 이번 연구의 의미가 남다른 이유다.
주명수 교수는 “후속 연구를 통해 줄기세포 치료가 산업화돼 본격적으로 임상에 적용되기 시작하면 고령자들의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과민성 방광 증상을 극복할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연구결과는 세포치료 전문 국제 학술지 ‘스템 셀즈 앤드 디벨롭먼트’ 온라인 판 최신호에 게재됐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