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피해 가족들 보듬어 안고 눈물도 닦아 주자
입력 2014-05-12 02:51
아픔에 공감하고 상처 줄 말과 행동 자제를
세월호 침몰 사고 수습이 늦어지면서 피해자 가족들의 분노와 슬픔도 좀체 가라앉지 않고 있다. 당국의 수습은 뒤죽박죽인데다 일부 인사들의 부적절한 발언이 가족들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 누구나 겪을 수 있었던 일이었고 희생자와 실종자는 모두 착한 우리의 딸과 아들, 선량한 시민이었다는 점에서 비통해하는 희생자 가족을 위로하는데 인색하지 말아야 한다.
우리는 “우는 자들과 함께 울라”(롬 12:15)는 성경 말씀대로 더욱 안쓰러운 마음으로 기도하고, 근신해야 한다. 정부 당국의 수습 과정을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보며 정의와 상식이 제대로 자리 잡아 안전이 보장되는 평온한 사회가 정착될지 관심을 가져야 한다. 살아남은 사람들에게 더 이상 미안해하지 말라는 피해자 가족들의 따뜻한 마음을 되새기며 고통과 슬픔을 나눠가져야 할 것이다.
유족들이 잇따라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것은 피해 가족들의 심정을 단적으로 짐작할 수 있게 한다. 이번 참사로 아들을 잃은 어머니와 딸을 잃은 아버지의 절망감과 좌절이 그런 행동으로 나타났겠지만 더 이상 그들의 아픔 위에 생채기를 만들지 않도록 우리 공동체들이 진지하게 그들의 슬픔에 공감해야 한다. 자식의 죽음을 창자가 끊어지는 고통에 비유한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야 할 때다.
이런 점에서 이유여하를 불문하고 가족들의 발길을 청와대로 향하게 한 공영방송사 간부의 발언은 지나쳤다. 페이스북에 유가족을 비난하는 글을 올린 한 사립대 교수의 행동도 마찬가지다. 안산 지역 고교생 2000여명이 촛불집회를 갖고 친구들을 추모하는 모습도 보지 못했는지 되묻고 싶다. 세월호 참사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집단이나 세력은 비난받아야 마땅하고 유가족이나 실종자 가족들에 대한 언급은 자제해야 한다.
아쉽게 스러져간 어린 학생들을 추모하기 위해 전국 곳곳에 차려진 분향소에는 시민들의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예로부터 어려운 일은 서로 돕고 슬픈 일은 나누는 아름다운 관습이 아직도 면면하게 우리 핏속에 남아 있다는 증거가 아닐 수 없다. 남의 슬픔을 모른 체할 경우 나의 슬픔도 외면 받는다는 평범한 진리를 가슴 속에 깊게 되새겼으면 한다.
강조하고 싶은 대목은 아들과 딸을 잃은 유가족들과 아직도 어두운 바닷속에 갇혀 생사를 모르는 실종자 가족들에 대한 당국의 보살핌이 충분하지 못하다는 점이다. 사고 직후만 하더라도 정부는 가족들이 하루빨리 안정을 찾을 수 있도록 정신과 의사와 심리치료사를 대거 배치할 것처럼 하더니 과연 제대로 실행되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가장 깊이 상처받은 사람은 누가 뭐래도 사랑하는 아들과 딸을 잃은 유가족들이다. 배가 기울며 침몰하는 모습을 TV로 뻔히 보면서도 아무런 손도 쓰지 못한 채 가족을 잃은 애통함을 어디에 비할 수 있겠는가. 지금은 우리 모두가 그들의 아픔에 동참하며 엄숙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