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우선덕] 저 아름다운 기도
입력 2014-05-12 02:09
어느 자리에서 지인들이 세월호 참사로 경제가 다 죽었다며 걱정이다. 서로 눈치 보며 슬퍼만 할 텐가. 잊지는 말되 일반인은 일상으로 돌아와야 한다며 서로 말하고 서로들 공감한다. 눈치 보면서 슬퍼한다니, 말도 안 되는!
생각의 차이를 갖고 언쟁해 보았자 기분만 안 좋아질 것 같아 먼저 나왔다.
경제가 어떻다는 말이 와 닿지 않는다. 1인당 국민소득이 2만6000여 달러나 된다는데 그 1인이 어느 1인인지 모르겠다. 모르는 이가 혼자만은 아닐 것이다. 모르는 이들 중 얼마는 그래도 별 불만 없이 산다. 굶고 헐벗지 않으니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굳이 바라지 않는다. 더 잘살아서는 뭐 하느냐, 산과 강도 제발 그만 건들고, 문명도 과학의 발전도 이만하면 충분하고 남는다고 이 쩨쩨한 소시민은 생각한다. 다만, 슬픈 일에 함께 슬퍼하고 아픈 일에 아파하고 애먼 일에 분개하며 그게 사람의 삶으로 알며 살면 된다고. 무슨 큰 부귀영화를 누리겠으며, 부귀영화란 게 인생에 뭐 대수이겠는가고.
참사 이후 두 달이 지났느냐, 일 년이 지났느냐. 지금 각자 일손을 놓고 있는 것도 아니다. 슬픔 아픔 분노도 계획 세워 조절해야 하느냐. 감정은 눈치를 보며 오가지 않는다. 물건이 좀 안 팔리고 술을 조금 덜 마시고, 다 자연스러운 일이다. 이렇게 할 때다, 저렇게 할 때다 조급히 가르치려 들지 말 일이다. 우리에게 망각이란 것을 주어 상처를 다독이는 신의 선물이 따로 있지 않은가.
이삼일이 멀다하고 세월호 참사 희생자가 남긴 동영상이 전파를 탄다. 동영상은 매번 형편없는 이 어른들에게 큰 아픔과 부끄러움과 울림을 준다. 희생된 우리의 아이들이 얼마나 티 없고 고귀한 인품이었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9일 밤 뉴스에서도 전날 저녁에 복원되었다는 고 김시연양의 휴대폰 영상을 접했다. 희생자 가족만 울었을 리 없다. 부모 심정인 이들은 모두 눈물 흘리며 또한 깨우쳤으리라.
“우리 반 아이들 잘 있겠죠? 선상에 있는 애들이 무척이나 걱정됩니다. 진심입니다. 부디 한 명도 빠짐없이 안전하게 갔다 올 수 있도록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렸습니다. 아멘.”
나 언제 남을 위해 진심으로 기도해본 적 있는가. 과연 어느 어른이 저 상황에서 순수하고 사랑스러운 기도를 올릴 수 있으려나. 저렇듯 아름다운 기도를 가신 이의 육성으로 들었으니 내 생애에 영광이다. 그러나 여전히 비통하고 참담하다. 어여쁜 아가들아, 영혼아.
우선덕(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