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원로에게 길을 묻는다] (下) 림인식 노량진교회 원로 목사

입력 2014-05-11 17:31 수정 2014-05-12 02:26


“생명존중 풍토 만들지 못한 한국교회도 책임”

서울 노량진교회 림인식(90) 원로목사는 지난 9일 교회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세월호 참사를 자신이 겪은 6·25전쟁에 비교했다. 당시 평양신학교 동기들이 모두 순교하고 자신만 살아남았는데, 이 때문에 사는 내내 “다시는 이 같은 비극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고 되새겼다고 한다. 그는 이번 사태가 “6·25 이후 최대 참사”라면서 “너무 슬픈 일이고 온 국민이 같이 울고 같이 슬퍼하고 위로하고 고통을 나눴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림 목사는 인터뷰를 마친 뒤 경기도 안산 합동분향소에서 조문하고 안산제일교회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회복을 위한 한국교회연합기도회’에 밤늦게까지 참석했다. 이튿날 아침 일찍 림 목사는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와 유가족들을 위한 위로의 말이 부족하지는 않았는지 물었다. 그만큼 가슴 아파하고 있었다.

-한국교회의 원로목사로서 세월호 참사를 어떻게 보시는지.

“우리 목사들은 모든 사건과 사물을 신앙적으로 봐야 하는데, 이번 사건은 한국교회를 책망하는 하나님의 채찍이다. 한국교회가 생명을 귀중하게 여기는 풍토를 만들었다면 이런 일이 생겼겠나. 손님을 안전하게 모시겠다는 것이 아닌 돈이 목적이었다. 돈이 벌리면 위험해도 상관없다는 거였다. 불쌍한 아이들을 버려두고 도망갔는데 사람에는 관심이 없고 돈에만 관심이 있었기 때문이다. 세상이 온통 생명이 아니라 돈에 기울어져 있고 이것을 교회만이 막을 수 있는데 안 했다. 오히려 한술 더 떠 요즘은 교회가 이윤을 추구한다. 교회의 책임이다.”

-교회의 잘못이라면 어떤 것을 고쳐야 하는가.

“우리의 잘못을 우리가 고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잘못을 고쳐주시는 이도 하나님이시다. 교회가 교회를, 목회자가 목회자를, 성도가 성도를 고치지는 못한다. 우리는 하나님 앞에 잘못했다고 회개하고 하나님으로부터 용서를 받아야 하고 하나님이 주시는 새 힘을 얻어야 한다.”

-교회가 모여 구체적인 행동을 해야 하지 않나.

“같이 모여 회개하거나 다짐하는 것은 좋지만 사람들이 모인다고 변화되는 것은 아니다. 무슨 연합회니 교단이니 하면서 모여 무엇을 하는데 너무 시끄러워 안 좋은 경우가 많다. 한 사람 한 사람이 먼저 하나님 앞에 회개하는 것이 맞다.”

-가뜩이나 교회에 대한 세상의 시선이 곱지 않은데 교회 책임이라고 하면 욕만 먹지 않을는지.

“세상이 ‘너 때문’이라고 하면 그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네 말이 맞다’ ‘날 욕하라’고 해야 한다. 이제까지 교회가 갑 노릇했다. 세상을 을 취급했다. 그것은 종교가 아니다. 인간이 인간에게 줄 것은 아무것도 없다. 하나님이 갑이고 내가 을이어야 한다.”

-정부 잘못을 비난하는 여론도 거센데.

“정치적인 평가나 비판은 정치인 스스로 하고 우리는 정부에 뭐라고 말하기 이전에 교회를 책망해야 한다. 정부에도 기독교인들이 많다. 이들을 참 그리스도인으로 키워 국민의 심부름을 제대로 하게 했어야 했다.”

-이번 참사로 구원파의 실체가 드러나고 있다.

“권신찬씨가 극동방송에 있을 때 같이 있던 한 네덜란드 선교사의 영향을 받은 것 같다. 그 선교사가 우리 교회에 와서도 언제 어디서 어떻게 구원을 받았느냐만 강조하더라. 사람이 태어날 때 언제 어디서 어떻게 구원받았는지 아는 사람도 없거니와 그것은 중요한 게 아니다. 지금 어떻게 살고 있느냐가 중요하다. 그래서 우리 성도들에게 다시 올바로 가르쳐 준 기억이 있다. 모든 이단은 종교를 빙자해 사람을 속이고 물질을 뺏는다. 쓸데없이 물질 욕이 많다거나 정직하지 않은 것을 강요하면 이단성이 있다고 봐야 한다.”

-학생들이 ‘가만히 있으라’는 안내 방송을 따랐기 때문에 피해가 컸다. 정부, 어른, 기성세대의 말을 믿고 따른 것이 독이 된 것이다.

“우리 어른들이, 부모들이 아이들을 바로 지도했느냐 하면 아니다. 너무 위험한데 가만있으라고 하는 부모들 많다. 영적으로는 목회자가 선장이요, 선원이다. 아이들 놓고 도망가는 선장 선원은 사람으로도 보이지 않는다. 한 교회의 목회자는 책임이 한 배의 선장 수준이다. 심령이 죽어가는 데 도망가는 일은 없느냐 하면 있을 수 있다. 목회자가 잘못하면 그 교회 성도들이 다 그렇게 되는 것이다. 두려운 마음을 갖고 책임을 다하고 있는지 자문해 보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과 국민, 특히 크리스천들에게 한마디 하신다면.

“자식을 잃었다. 자식 안 잃어본 사람은 그 슬픔과 절망을 모른다. 이런 극한 상황에서는 하나님 외에 의지할 데가 없다. 인간의 잘못으로 사람들을, 불쌍한 아이들을 죽음에 몰아넣었다. 이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님께 나아가는 것이다. 세월호 참사를 단순히 하나의 배 사고로 봐서는 안 된다. 국가도 국가지만 우리 한국교회 스스로 정신을 차리고 구령에 초점을 다시 맞춰 새롭게 변화해야 한다.”

전병선 기자 junb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