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 파일] 디스크는 염증이다
입력 2014-05-12 02:25
45세 회사원 K씨는 약 1주일 전부터 허리 통증이 있어 동네 정형외과에서 물리치료를 받았다. 처음에는 증상이 호전되는 것 같았다. 그런데, 며칠 전 땅 바닥에 떨어진 물건을 집으려고 허리를 숙이고 난 후 갑자고 한쪽 엉덩이 부위가 다시 아프기 시작했다.
좀 나을까 싶어 하루를 쉬었지만 그 다음부터는 다리를 뻗지도 못하고 올리기도 힘들어졌다. 통증도 점점 더 심해졌다.
K씨는 다시 척추외과 전문병원을 찾았다. 자기공명영상장치(MRI) 찍는 것도 힘들어 진통제를 맞고서야 간신히 검사를 받을 수 있었다. MRI 검사 결과 제4, 5번 요추의 추간판(디스크)이 터진 채 주위 신경을 압박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드러났다.
K씨는 곧바로 비(非)수술 주사요법 시술을 받았다. 허리 통증은 거짓말같이 금세 사라졌다.
속칭 디스크는 척추의 뼈와 뼈 사이에서 쿠션 역할을 하는 연골을 지칭하는 것으로, 정식명칭은 척추 추간판이다. 이 추간판은 말랑말랑한 젤리처럼 돼 있어 허리를 구부리거나, 몸을 움직일 때, 앉거나 뛸 때 뼈마디가 서로 부딪치는 것을 막고 충격도 흡수하는 일을 한다.
추간판을 더 자세히 보면 타원형의 도넛 모양을 하고 있는데, 그 한가운데는 충격을 막아주는 연골이 있고 바깥쪽엔 그 연골을 보호해주는 질긴 섬유 조직이 둘러싸 울타리 역할을 한다. 정상적인 상태에서는 이 질긴 막 때문에 척추관절 속 연골은 밖으로 빠져 나갈 수가 없게 돼 있다.
하지만 낙상 등 강한 충격에 의해 연골을 둘러싸고 있는 막이 찢어지면 그 틈으로 연골이 밖으로 빠져나가게 된다. 바로 디스크가 터져 극심한 통증을 유발하는 상태란 진단이 붙는 경우다.
연골 보호막이 손상되는 이유는 노화에 의한 퇴행성 변화로 탄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실제 정상 디스크는 수분이 약 80%에 이르는데, 퇴행성 디스크는 수분 함량이 60% 이하에 그친다.
이렇게 디스크가 터져 척추관 속에 있던 연골조각이 척추관 밖으로 빠져 나오게 되면 허리 신경에 염증을 일으키고, 그로 인해 신경가닥이 부어올라 주위 혈액순환이 차단된다. 소위 허리 디스크의 90% 이상이 이 경우에 해당된다.
허리 디스크의 대부분은 수술이 필요 없고 비수술 주사요법으로 치료가 가능하다는 말도 이 때문에 나온 것이다. 실제 염증성 허리 디스크는 발병 시 통증이 참을 수 없을 정도로 매우 심한 반면 신경성형술이나 신경차단술과 같은 비수술요법으로 쉽게 제어된다. 염증 조직만 걷어내면 끝나기 때문이다. 이들 시술은 보통 10∼15분이면 끝나고, 대부분 입원할 필요도 없어 시술 당일 일상생활로 복귀할 수 있다.
신규철 (제일정형외과병원 병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