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독립투표 反테러작전으로 저지”
입력 2014-05-10 02:45
우크라이나 동부지역 친(親)러시아 시위대가 분리·독립 주민투표를 강행하고 나서면서 우크라이나 사태가 다시금 유혈충돌 국면으로 치달을지 우려가 번지고 있다.
우크라이나 중앙정부는 동부지역의 주민투표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이 지역에 대해 반(反)테러 작전으로 대응하겠다고 8일(현지시간) 밝혔다. 우크라이나 정부군은 이미 도네츠크주 슬라뱐스크를 전면 봉쇄했고 화력을 배치했다. 긴장이 고조된 가운데 9일 도네츠크주 마리우폴에선 정부군과 시위대가 충돌해 시위대 측 8명이 숨졌다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 우크라이나 정부군은 주민투표일인 11일 투표 저지를 위한 대대적 공세를 펼칠 것으로 예상돼 또 다른 유혈충돌이 예상된다.
우크라이나 중앙정부는 다른 한편으로 ‘외교적 사태 해결’에도 안간힘을 쓰고 있다. 알렉산드르 투르치노프 대통령 권한대행과 아르세니 야체뉵 총리는 이날 공동성명을 내고 유럽안보협력기구(OSCE)의 감독 하에 전국의 정치세력과 민간단체가 참여하는 원탁회의를 구성하자고 밝혔다. 일종의 범국민 대화 제안이다.
이들의 공동성명에 앞서 OSCE 의장인 디디에 부르칼테르 스위스 대통령은 전날 러시아 모스크바를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회담한 뒤 이 같은 계획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푸틴 대통령은 한발 빼는 분위기다. 최근 친러 시위대에 주민투표 연기를 요청하는 등 유화적 제스처를 보였지만 동부지역 사태에 대한 책임에서 벗어나려는 전략이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친러 시위대 지도자와 러시아 공작원이 주민투표율을 사전 모의하는 전화 통화 내용이 담긴 녹음파일을 최근 우크라이나 정보 당국이 입수했다”고 보도했다.
푸틴 대통령은 모스크바에서 열린 옛 소련권 군사협력체인 ‘집단안보조약기구(CSTO)’ 비공식 정상회담에서도 “회원국들의 안보를 위해 조건 없는 단합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고 신화통신 등이 전했다.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공동대응을 주문하는 듯한 뉘앙스다. 미국, 유럽 주축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에 맞서 2002년 러시아 주도로 창설된 CSTO에는 벨라루스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아르메니아 등이 회원국으로 있다.
러시아는 9일 모스크바 붉은광장에서 열린 2차 세계대전 승전 69주년을 기념하는 대규모 군사 퍼레이드에 1만1000명의 병력과 핵미사일, 전략폭격기 등 최신 무기들을 총동원, 막강한 군사력을 과시했다. 푸틴 대통령은 기념 연설에서 “러시아의 국익에 대한 도전을 좌시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는 행사가 끝나자 지난 3월 병합한 크림반도로 건너가 세바스토폴항을 방문했다.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