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그레이드 안전 대한민국⑤] 매뉴얼 따라…교직원·학생 신속 대피…서울외국인학교 응급상황 훈련

입력 2014-05-10 02:36

비상벨이 울리면 아이들이 하나둘 4층 건물에서 빠져나가기 시작한다. 재빨리 건물을 벗어나는 데 필요한 운동화를 제외하고 어떤 물건도 챙길 필요가 없다. 빨리 밖으로 나가는 게 유일한 목표다. 교직원들은 화장실에 있어서 미처 빠져나오지 않은 학생은 없는지 살피고 건물에서 마지막으로 학생이 나온 시간을 체크한다. 이 시간을 더 단축하는 방법을 찾기 위해 학교 관계자들은 끊임없이 의견을 나눈다.

이는 서울 연희동의 서울외국인학교 초등학교에서 수시로 벌어지는 재난 대비 훈련 모습이다. 아이들은 비상벨이 언제 울릴지 모르는 상태에서 학교생활을 한다. 안전사고 대피 요령이 몸에 배도록 훈련은 늘 갑자기 실시된다.

아이들을 해칠 수 있는 외부인이 학교에 침입한 경우에 대비한 훈련은 정반대 상황이 연출된다. 교실의 불이 꺼지고 창가 블라인드를 내린다. 외부에서 건물 안으로 들어오는 모든 문이 잠긴다. 교사들은 아이들을 책상 아래로 들어가게 한 뒤 조용한 목소리로 책을 읽어준다. 아이들이 위험 인물에 최대한 노출되지 않게 하고 그런 상황이 가져올 두려움을 조금이라도 줄여주려는 것이다.

서울외국인학교는 소방방재청이 실시하는 재난대응훈련과 민방위훈련은 물론 학교 자체 훈련을 정기적으로 실시한다. 학교 내의 영국학교와 초·중·고교는 개별 훈련도 한다. 학교 관계자는 “불시에 벌어지는 교육까지 감안하면 약 1주일 간격으로 안전교육을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긴급 상황에서 아이들을 통솔할 책임은 담임교사에게 있다. 특별활동 교사나 직원들은 무전기를 들고 의사소통을 하며 학생들의 안전한 대피를 돕는다. 상황이 위급하다고 판단될 경우 부모들에게도 연락해 학교에 와서 자녀들의 대피를 돕도록 한다.

서울외국인학교의 재난 대비 훈련 매뉴얼에는 화재, 지진, 홍수 등 천재지변은 물론 유괴, 버스사고, 테러 등의 상황도 반영돼 있다. 심지어 북한과 전쟁이 벌어지면 어떻게 대처할지도 담겨 있다. 상황별 위험 정도에 따라 교사와 직원들의 역할도 달라지며 이는 매년 수정·보완해 각 교실 뒤편 게시판에 붙여 둔다. 학교의 재난 대응 매뉴얼을 학생들은 언제나 보며 익힐 수 있다.

반면 국내 일반 초·중·고교는 자체 매뉴얼을 갖고 있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교육부가 비상훈련 매뉴얼을 제작해 시·도 교육청을 통해 배포하고 있지만 여기에는 개별 학교의 특징이 반영돼 있지 않다. 학교가 자체적인 재난 대비 훈련을 진행하고 있는지도 점검 대상이 아니다.

교육부 관계자는 “관에서 주도하는 훈련을 제외하고 개별 학교의 훈련 여부는 따로 관리하고 있지 않다”며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재난 대비 훈련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요진 기자 tru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