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62 140m 156㎞… 괴물 3인방 있어 야구가 즐겁다

입력 2014-05-10 02:32

‘140m, 0.462, 156㎞’

연일 핸드볼 스코어가 난무하는 프로야구에 흥미로운 숫자가 팬들의 주목을 끌고 있다. 국내 최고의 타자와 강속구 투수의 자랑스런 성적표다.

8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넥센-NC전에서 넥센 4번타자 박병호(28)는 1회말 상대 선발 에릭의 시속 143㎞ 직구를 두들겨 솔로 홈런을 쳤다. 높게 뻗어간 타구는 가운데 전광판 윗부분을 맞고 경기장 뒤로 넘어갔다. 공식 비거리는 140m. 2009년 히어로즈의 외국인 타자 브룸바가 삼성 오승환을 두들겨 좌중월 장외 홈런을 기록한 데 이어 목동 구장에서 나온 두 번째 진기록이다. 당시 브룸바의 비거리는 135m. 국내 프로야구 최장거리 홈런은 150m다. 1982년 백인천(MBC), 1997년 양준혁(삼성), 2000년 김동주(두산), 2007년 이대호(롯데) 등 4명이 기록했다.

지난 2년간 홈런왕에 올랐던 박병호는 이달 들어 7안타 중 6개를 홈런으로 만들며 이 부문 선두(12개)를 질주하고 있다. 칸투(두산·9개), 조쉬벨(LG)·히메네스(롯데·이상 8개) 등 외국인 선수들을 멀찍이 따돌리며 토종 거포의 자존심을 살리고 있다. 이런 페이스라면 자신의 최다인 37개를 넘어 40개 이상 홈런과 3년 연속 홈런왕 등극도 가능해 보인다. 국내 프로야구에서 3년 연속 홈런왕은 장종훈(1990∼1992년)과 이승엽(2001∼2003년) 뿐이다.

타격선두 이재원(26)은 SK가 2006년 드래프트 1차 지명 당시 동산고 투수 류현진(LA 다저스)을 버리고 뽑은 유망주였다. SK는 이듬해 김광현이란 특급 투수를 뽑을 수 있어 투수보다 포수자원을 우선 선택했다. 그러나 한화로 간 류현진이 최고의 투수로 성장해 미국무대까지 호령하는 사이 이재원은 팀에서도 자리를 잡을 수 없었다. SK에는 박경완을 비롯, 조인성, 정상호라는 걸출한 포수가 버티고 있었기 때문. 하지만 타격에선 7시즌 동안 0.292의 고타율로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올 시즌 비록 포수 대신 지명타자로 주로 기용되고 있지만 믿기 힘든 0.462(91타수 42안타)의 고타율로 타격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2위 히메네스가 0.404임을 비교하면 엄청난 차이다. 타율 뿐 아니라 장타율(0.725)과 출루율(0.491)에서도 히메네스에 이어 2위를 달리는 용병급 활약이다. 왼손투수에 특히 강해 무려 0.545의 타율을 보이고 있다.

부상에서 23일만에 돌아온 삼성의 밴덴헐크(29)는 8일 SK전에서 시속 156㎞의 강속구를 선보였다. 그는 LG에서 뛰었던 리즈의 160㎞에 버금가는 속구를 주무기 삼아 SK 타선을 상대로 7이닝 동안 3피안타, 9탈삼진, 볼넷 1개로 틀어막고 팀의 5대 0 영봉승에 힘을 보탰다. 부상 복귀 선수임을 감안해 투구수 88개에서 물러났지만, 시즌 첫 완봉승도 가능한 위력이었다. 밴덴헐크의 강속구에 이재원 조차 3연타석 삼진을 당했다. 밴덴헐크와 박병호의 맞대결은 오는 23∼25일 대구구장에서 성사될 전망이다.

서완석 국장기자 wssu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