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은 총재 “소비 위축 2분기 내내 이어질 상황 배제 못해”
입력 2014-05-10 02:24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세월호 참사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이 2분기 내내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또 향후 기준금리 변동 방향에 대해선 ‘인상’ 쪽에 무게를 실었다.
이 총재는 9일 오전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 직후 연 기자간담회에서 “세월호 사고 이후 소비심리가 크게 위축돼 내수 회복을 제약하지 않을까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소비심리 위축이 2분기 내내 이어지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구체적으로 미칠 영향에 대한 언급은 피했다. 또 세월호 사고 영향으로 소비심리 위축 해소를 위해 정부가 내놓은 중소기업 금융 지원 확대 방안에 대해 그는 “한은이 금융중개지원 대출 한도는 늘리는 게 아니라 여유 한도를 조기 집행하는 것”이라며 발권력 동원은 아니라고 일축했다. 전날 한국금융연구원은 민간 소비심리 위축이 2분기 내내 이어질 경우 GDP 성장률이 0.08% 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추정했다.
한은 금통위는 이날 회의에서 현재 기준금리 연 2.50%를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기준금리는 지난해 5월 0.25% 포인트 인하한 뒤 12개월째 동결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 총재는 “현재 금리 수준이 경기 회복을 뒷받침할 수 있는 수준”이라며 금리 동결 배경을 설명했다.
이날 금통위 결과는 시장의 예상과 같았고, 이 총재의 발언과도 일치했다. 이 총재는 최근 “금리를 조정하려면 2∼3개월 이전에는 시그널을 줘야 한다”며 ‘깜짝 금리 조정’은 없을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향후 기준금리는 ‘인상’으로 방향을 잡았다. 이 총재는 “곧바로 인상을 논의한다는 뜻은 아니지만 기준금리의 방향은 인상 쪽이 타당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잠재성장률 이상의 경제 회복을 내다보고 있고, 그런 경기 흐름을 전제로 했을 때 인상이 적절하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또 최근 원화 강세가 이어지는 것과 관련해선 “절상 속도가 빠르게 진행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원화 절상이 긍정적 효과와 부정적 효과를 모두 갖고 있기 때문에 어떤 측면이 더 크다고 보긴 어렵다”는 답을 내놨다. 원화 절상이 수출에 부정적 영향을 주긴 하지만 과거와 달라진 측면이 있고, 내수 측면에선 구매력을 높여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박은애 기자 limitle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