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원파 자금 유씨 일가로 수상한 흐름

입력 2014-05-10 02:16

검찰은 기독교복음침례회(일명 구원파) 자금이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 일가의 건설 관련 계열사인 ㈜트라이곤코리아에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흘러간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구원파 성도들의 돈이 트라이곤코리아를 거쳐 유 전 회장 일가로 건네지는 형태의 자금거래가 이뤄졌을 것으로 의심하고 자금흐름을 쫓고 있다.

◇수상한 구원파 자금 흐름=인천지검 특별수사팀이 9일 압수수색한 ㈜티알지개발전문자기관리부동산투자회사(티알지리츠)는 서울 화양동의 ‘광진트라이곤시티’ 개발 사업을 벌이고 있다. 티알지리츠는 광진트라이곤시티 개발사업으로 113억원가량(지난해 말 기준)을 벌어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 전 회장의 장남이 최대주주인 트라이곤코리아가 2012년 올린 유일한 수익이 여기서 나왔다.

검찰은 특히 트라이곤코리아가 구원파로부터 281억원을 대출받는 과정에 대해서도 집중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트라이곤코리아가 2011년 처음 공개한 감사보고서에는 구원파로부터 대출받은 281억원의 채무가 기록돼 있다. 하지만 트라이곤코리아는 지난 4월에야 서울 삼성동의 일명 세모타운 건물 부지 일부와 서울 자양동, 강원도 고성군, 제주도 서귀포시 보목동 땅 등을 담보로 제공했다.

트라이곤코리아 현금성 자산은 2010년 114억7000만원에서 지난해 980만원으로 쪼그라들었다. 트라이곤코리아는 유 전 회장의 처남이자 회사 대표인 권오균(64)씨와 동생 병호(61)씨, 유 전 회장의 딸 섬나(48)씨 등에게 대출해 줬다. 국제영상, 온지구, 금오산맥2000 등 다른 계열사 지분도 꾸준히 늘려 왔다. 구원파 자금이 트라이곤코리아를 경유해 다른 곳으로 빠져 나가는 구조다.

◇검, 유병언 회장 경영비리 혐의로 우선 소환키로=검찰은 유 전 회장에게 계열사 경영비리는 물론 세월호 침몰의 책임 여부까지 수사할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유 전 회장이 청해진해운의 경영에 깊숙이 개입한 정황 증거를 포착한 만큼 김한식(72) 대표 등에게 적용한 업무상 과실치사 등 혐의 적용도 검토 중이다.

현재 유 전 회장에 대한 수사는 크게 두 갈래로 진행되고 있다. 유 전 회장의 계열사 경영비리는 인천지검 특별수사팀이, 세월호 침몰 원인에 대한 수사는 목포의 검경 합동수사본부가 담당하고 있다. 유 전 회장의 신병 처리를 둘러싼 일종의 교통정리가 필요하다는 지적들도 나온다.

특별수사팀은 이미 유 전 회장 계열사 대표 15명 이상을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해 강제수사에 나서는 등 범죄 사실 상당 부분을 구체화했다. 때문에 특별수사팀이 먼저 유 전 회장을 소환해 관련 혐의를 조사하는 방안이 유력해 보인다.

검찰로서는 유 전 회장이 세월호 침몰 사고에 직접 연루됐다는 정황을 포착하지 못한 것도 부담이다. 검찰은 유 전 회장이 세월호 증축 문제에 대해 보고받았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지만 이는 정황 증거일 뿐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할 만큼의 직접 증거로 인정받기는 어렵다는 게 법조계 판단이다. 검찰 관계자는 “현재까지 유 전 회장이 청해진해운 내부회의에 참여했거나 회사에 나타났다는 정황은 없다”며 “유 전 회장이 청해진해운 회장으로 보이지만 복원력 등 특정 상황을 인식했느냐 문제는 차원이 다른 얘기다.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하기는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인천 목포=전웅빈 문동성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