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위기관리점검 세미나 “위기대응 핵심은 시스템이 아닌 사람”
입력 2014-05-10 02:16
“재난관리의 핵심은 시스템이 아니라 사람이다.”
자유민주연구원이 지난 8일 서울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한 ‘국가위기관리점검을 위한 세미나’에서 정찬권 한국위기관리연구소 연구위원은 이같이 강조했다. 그는 “많은 돈을 들여 첨단 위기관리체계를 구축해도 이를 효과적으로 운용하고 문제점을 찾아내 개선할 전문가가 없으면 무용지물이 된다”고 말했다.
세월호 침몰 사고를 계기로 재난전문가를 양성하고 이들을 효율적으로 조직화해 위기 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이 나와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우리나라에는 재난관리 전문가들이 많지 않다. 재난관리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방재안전직은 2년 전 신설됐지만 아직 단 한 사람도 임명되지 않았다. 재난 관련부서는 공무원에게 기피부서인데다 한두 해 근무한 뒤 다른 부서로 옮기는 경우가 비일비재해 전문성을 지닌 사람이 거의 없다.
소방·안전 분야를 다루는 학과가 60여개 대학과 4개 대학원에 개설돼 있지만 재난에 대한 종합적인 교육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정 위원은 “소방행정이나 경찰행정학과 등에서 재난관리에 관해 한두 과목 정도를 개설해 놓았을 뿐 체계적인 교육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방재선진국들은 재난관리 전문가 양성을 위한 체계적인 교육체계를 갖추고 있다. 미국은 재난전문 교육기관이 28곳이 넘고 42개 대학에 학사과정이 개설돼 있으며 석사과정이 있는 대학은 39개, 박사과정을 운영하고 있는 대학은 7개나 된다. 일본은 도쿄대 교토대 지바대 등 주요 대학에 위기관리학부를 설치해 놓았고 각종 방재연구소를 통해 전문인력을 키워내고 있다.
강남대 도시공학과 김근영 교수는 “우리나라도 재난관리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장기전략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재난 관련 전문가 네트워크를 구축할 필요도 있다. 미국은 전국적으로 재난전문학자뿐 아니라 향토문제 전문가, 어부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직업을 가진 전문가들의 인적 정보를 구축해 놓고 재난발생시 활용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재난 전문가들에 대한 기본 자료조차 정리돼 있지 않다. 청와대 위기관리실장을 지낸 안광찬 단국대 위기관리연구소장은 9일 “최근 발생하는 재난은 대부분 복합적”이라며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동원해 현장지휘관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