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빅데이터 통한 자살위험도 살펴보니… 청소년 자살 충동 ‘외모·열등감·우울·충격적 경험’ 順 높아

입력 2014-05-10 02:15


‘고등학생 A양은 외모에 대한 자신감이 낮은 편이다. 하루에도 몇 번씩 드나드는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계정에 외모 걱정을 종종 털어놓는다. 부모가 이혼한 뒤에는 불안과 스트레스에 대한 이야기를 적곤 한다. 유명한 누군가의 자살 소식이 알려지면 A양도 자꾸 자살에 대해 이야기한다. 성적은 별로 좋지 않아서 성적 얘기는 가급적 언급을 삼간다.’

A양은 자살 위험이 높은 청소년의 SNS 이용 특징을 모아 재구성한 가상의 사례다. SNS에 자살을 한 번이라도 언급한 청소년 가운데 A양처럼 ①평소 ‘외모’에 대한 걱정을 많이 하는 경우 ②부모의 이혼이나 친구의 죽음처럼 충격을 겪은 경우 ③성적에 대해 회피하려는 경우가 모두 결합되면 자살 위험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56%나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보건사회연구원 송태민 사회정신건강연구센터장 연구팀은 9일 ‘소셜 빅데이터를 이용한 청소년 자살위험 예측요인’ 논문에서 이처럼 청소년이 SNS에 올리는 짧은 글만 모아 봐도 자살 위험 징후를 발견할 수 있다고 밝혔다. SNS에 나타난 청소년의 자살 관련 언급(버즈·buzz)들을 분석한 결과다.

연구팀은 2011년 1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트위터 미투데이 네이버 다음 등 228개 온라인 채널에서 ‘자살’을 언급한 22만1691건의 데이터 중 청소년이 자살을 언급한 8만3657건의 버즈를 분석했다. 그 결과 청소년이 ‘자살’을 검색한 이유는 ‘학교폭력’(25.3%) ‘우울’(15.8%) ‘성적’(15.7%) ‘외모’(13.4%)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자살 언급은 또래나 유명인의 자살에 대한 보도의 영향을 많이 받는 것으로 확인됐다. 청소년의 자살 관련 버즈는 하루 평균 2325건이었는데 유명인이 자살한 경우 2.7배(평균 6294건), 자살과 관련한 사회적 이슈가 생긴 경우 2배(4839건) 더 많아졌다.

SNS 버즈를 통해 청소년 자살의 위험 정도도 예측할 수 있었다. 분석 결과 ‘외모’는 자살의 위험도를 높이는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지목됐다. 이어 열등감, 우울, 충격적인 경험, 학교폭력 등에 대한 잦은 언급이 자살의 위험을 확인할 수 있는 지표로 꼽혔다.

여러 요인이 결합되면 자살 위험도는 달라진다. 외모 요인에 따른 자살 위험률은 27.9%인데, 외모 문제가 있는 아이가 충격적인 일까지 겪으면 자살 위험률은 36.9%로 뛴다. 외모 걱정이 적더라도 열등감 문제를 겪고 있다면 자살 위험률은 33.8%가 된다.

반면 SNS에서 외모 걱정을 적게 하고, 자존감이 높은 표현이 많고, 우울하지 않은 경우에는 자살을 한 번이라도 생각해 봤더라도 실제 자살 위험률은 낮은 편(23.6%)으로 나타났다.

송 센터장은 “SNS에서 주고받는 자살 관련 담론은 ‘온라인 심리부검 보고서’라고 할 수 있다”며 “핀란드는 국가 차원에서 심리부검 보고서를 바탕으로 자살을 줄인 만큼 우리나라는 소셜 빅데이터 분석으로 자살예방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