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언 장남·장녀 직접 겨냥 6개사 압수수색
입력 2014-05-10 02:40
검찰이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의 장남 대균(44)씨와 장녀 섬나(48)씨를 직접 겨냥해 관련 회사 압수수색에 나섰다. 검찰은 기독교복음침례회(일명 구원파) 자금이 건설 관련 계열사인 ㈜트라이곤코리아 등에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흘러간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상한 구원파 자금 흐름=인천지검 특별수사팀(팀장 김회종 2차장검사)은 9일 부동산 투자회사인 ‘㈜티알지 개발전문자기관리 부동산투자회사’(티알지리츠)를 압수수색했다. 티알지리츠는 대균씨가 사실상 지배하는 ㈜트라이곤코리아가 최대주주다.
티알지리츠는 서울 화양동의 ‘광진트라이곤시티’ 개발 사업을 벌이고 있다. 예상 분양수익은 600억원대로 알려졌다. 티알지리츠는 지난해 말까지 분양수입으로 113억원가량을 벌어들였다. 트라이곤코리아가 2012년 올린 유일한 수익도 여기서 나왔다.
검찰은 특히 트라이곤코리아가 구원파로부터 수백억원대 대출을 받은 과정도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라이곤코리아가 2012년 처음 공개한 감사보고서에는 구원파로부터 대출받은 281억원의 채무가 기록돼 있다. 하지만 구원파는 지난달에야 서울 삼성동의 일명 세모타운 건물 부지 일부와 서울 자양동, 강원도 고성군, 제주도 서귀포시 보목동 땅 등을 담보로 받고 근저당권을 설정했다.
검찰은 구원파 자금이 트라이곤코리아를 경유해 ‘세탁’된 뒤 다른 곳으로 빠져나간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실제 트라이곤코리아의 현금성 자산은 2010년 114억7000만원에서 지난해 985만원으로 쪼그라들었다. 트라이곤코리아는 유 전 회장의 여러 계열사와 처남 권오균(64)씨, 딸 섬나씨 등에게 수십억원을 대출해줬다. 국제영상, 온지구, 금오산맥2000 등 다른 계열사 지분도 꾸준히 늘려 왔다.
◇유 전 회장 목전에 도달한 검찰 수사=검찰은 이날 ㈜모래알디자인, ㈜고컨설팅 등 다른 계열사 5곳도 압수수색했다. 섬나씨가 대표인 모래알디자인은 계열사 인테리어 사업을 독점하는 등 ‘일감 몰아주기’ 방식으로 매출을 올려왔다. 유 전 회장의 해외 사진 전시회 관련 업무 등을 맡아 일가 비자금 조성에 관여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검찰은 계열사들이 사들인 유 전 회장의 사진 작품도 여러 점 확보했다.
검찰은 이날 ㈜세모 고창환(67) 대표, ㈜아이원아이홀딩스 변기춘(42) 대표, 박모(55) 감사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 ㈜다판다 김동환(48) 대표와 ㈜헤마토센트릭라이프연구소 오경석(53) 대표에 대해서는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10일 탤런트 전양자(본명 김경숙·72·여)씨를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앞서 구속된 다판다 송국빈 대표 등 검찰이 피의자 신분으로 지목해 형사처벌 대상자가 된 유 전 회장 측근은 이미 15명이나 된다.
한편 검찰은 국세청이 8일 고발한 유 전 회장과 차남 혁기씨 등과 유 전 회장 관련 계열사 10개 법인의 100억원대 조세포탈 및 허위 세금계산서 작성 혐의 사건을 특별수사팀에 배당하고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해운업계 비리를 수사 중인 인천지검 해운비리 전담팀(팀장 송인택 1차장검사)도 선박 수리비를 부풀려 보험금 수억원을 편취한 혐의(사기 등)로 해운조합 부회장 김모(62)씨를 체포했다.
인천=전웅빈 정현수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