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그레이드 안전 대한민국⑤] 침몰 25일째 안행부·해수부·해경 네 탓 공방만

입력 2014-05-10 03:31

⑤ 재난관리 일관 시스템이 없다

세월호 침몰 사고가 발생한 지 24일째가 됐지만 정부의 컨트롤타워는 아직도 보이지 않는다. 청와대를 비롯해 해양수산부 등 정부와 해양경찰청 어느 누구도 책임 있게 나서지 못하고 네 탓 공방만 벌이고 있다. 실종자가 아직도 30여명에 이르지만 현장에는 구조 전문가가 없어 즉흥적인 대응만 쏟아지고 유가족 및 실종자 가족들과의 소통도 원활하지 못해 분노가 쌓여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고 발생 초기부터 컨트롤타워는 없었고 재난관리시스템도 작동되지 않았다. 해상 통제권을 갖고 있는 해경과 선박사고 수습을 책임지는 해양수산부, 국가 재난관리를 총괄하는 안전행정부, 국정 컨트롤타워인 청와대까지 사고 당일 현장 상황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정부는 사고 발생 직후 해수부에 중앙사고수습본부를 설치했다가 안행부의 중앙안전대책본부를 가동했고, 혼란이 계속되자 정홍원 국무총리를 본부장으로 하는 범정부사고대책본부(범대본)를 구성했다. 그러나 현장에 상주하며 범대본을 지휘하겠다던 정 총리는 현장을 떠났고 이주영 해수부 장관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이러한 지휘체계 혼란은 현장의 사고 수습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 현재 정 총리가 사의표명한 뒤에도 각종 회의를 주재하며 사고수습을 지휘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시한부 총리’로서 내각에 대한 장악력이 떨어져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데 한계가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사과만 했을 뿐 사고 원인과 사고수습 방향, 재발방지 대책을 명확하게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청와대 국가안보실 등도 전혀 역할을 하지 않고 있다.

이 와중에 안행부와 해수부는 사고 초기 수습 책임을 놓고 공방을 벌여 빈축을 샀다. 안행부는 해상 재난사고 수습 책임이 해수부에 있다며 발을 뺐고, 해수부는 모든 재난 사고의 대응은 안행부 책임이라고 반박했다. 세월호 과적 문제를 놓고도 해수부와 해경은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겼다. 초기 구조 활동에 실패한 해경은 민간잠수사 사망 책임을 민간업체 ‘언딘’에 돌렸다. 하지만 언딘은 해경의 지시에 따라 인원을 모집해 민간 잠수팀을 투입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김장수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국가안보실이 재난 관련 컨트롤타워가 아니라는 변명만 늘어놓아 공분을 샀다.

전문가들은 지금이라도 정부가 책임 떠넘기기에서 벗어나 무한 책임 의식을 갖고, 지휘 체계를 명확히 해서 사고 수습에 전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번 사고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면밀히 분석해 사고예방과 대비, 대응, 복구에 이르기까지 일관된 재난관리시스템을 시급히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재중 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