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색선전, 그 참을 수 없는 유혹] 네거티브, 효과 얼마나 있길래
입력 2014-05-10 02:49
정치·여론조사 전문가들은 네거티브 선거 전략이 단기적으로 상대 후보에게 타격을 줘 표를 떨어뜨리는 효과가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상대방의 약점을 파고드는 데 치중해 자신의 강점을 부각시킬 기회를 놓치고, 결국 근거 없는 의혹 제기였음이 밝혀지면 역풍을 맞을 수 있는 위험한 전략이라고 입을 모았다. 장기적으로 정치에 대한 불신과 환멸감을 키워 정치 시스템 자체를 흔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내놨다.
박원호 서울대 정치학과 교수는 9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선거 과정에서 후보가 자신의 정책에 대해 장황하게 설명하는 것보다 ‘저 사람 빨갱이입니다’라고 공격하는 게 훨씬 쉽고 선명하다”며 “단기간에 이슈를 선점해 상대방 표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네거티브의 ‘진실’ 여부와 상관없이 지지 성향이 애매한 무당파나 중도층 등 ‘산토끼’들의 표심을 공략하는 데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유성진 이화여대 정치학과 교수는 “후보 개인에 대한 부정적인 이야기가 유권자들 기억에 오래 남는다”면서 “판세를 바꿔 앞으로 치고 나가야 하는 후발 주자에게는 네거티브 전략이 유권자의 흥미를 끌어 인지도와 주목도를 함께 높이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도 “가장 빠른 시간에 가장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게 네거티브 전략”이라며 “선거 때마다 불가피하게 등장하는 이유가 있다”고 했다.
하지만 네거티브의 효과는 단기간에 그친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었다. 유 교수는 “자신의 장점을 드러내기보다 남의 단점을 부각시키기 때문에 스스로의 가치를 입증할 기회를 놓쳐 장기적으로 손해”라고 단언했다. 설사 당선되더라도 탁월한 능력을 보여주지 못하면 정치인으로서 성공하기 힘들다고도 했다. 유 교수는 “무엇보다 비방이 오류로 밝혀졌을 때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한 사람이 부메랑을 맞게 된다”며 “네거티브는 ‘양날의 칼’”이라고 평가했다. 배 본부장은 “도가 지나치면 ‘집토끼’(지지층)마저 거부감을 느껴 등을 돌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박원열 현대리서치 전무는 교묘한 네거티브를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전무는 “국민들 사이에 ‘네거티브는 부정적인 것’이란 공감대가 있어 후보들도 노골적으로 하지는 않는다”며 “근거 없는 소문을 퍼뜨리는 식의 우회적인 네거티브가 중도 성향의 유권자들에게 후보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무엇보다 네거티브 공방전이 정치인에 대한 불신을 키우고 정치 혐오주의를 부추겨 결과적으로 투표율을 떨어뜨린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 박 교수는 “장기적으로 정치 시스템의 안정성과 건강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