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명 중 6명 밀회를 꿈꾼다… 부부 사랑, 크리스천 기혼자의 性

입력 2014-05-10 02:31


국민일보·하이패밀리 공동기획 ‘크리스천 기혼남녀의 성생활 실태 조사’

▷조사 기간; 3∼4월 ▷대상; 전국 20∼60대 크리스천 기혼남녀 543명


‘이 비밀이 크도다.’ 남자가 부모를 떠나 여자와 하나가 되고, 두 남녀가 한 몸이 되는 신비(엡 5:31)에 이어지는 성구다. 크리스천 부부는 성(性·Sex)을 하나님의 선물로 여기면서도 실제로는 소극적인 성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네 명 중 한 명꼴로 최근 두 달간 부부관계를 전혀 갖지 않았다. 절반 이상이 성관계를 피하기 위해 거짓말한 적이 있었다.

성을 ‘누리는’ 크리스천이 많지 않다는 얘기다. 또 응답자 세 명 중 한 명은 외도를 경험했다. 유혹을 이기지 못한 가장 큰 이유로 배우자와 관계에서 해소되지 않는 성적 욕구(36.6%)를 들었다. 반면 신앙양심(53.7%)으로 유혹을 이겼다는 사람이 가장 많았다. 또 성의식은 성경적이지만 실제 성생활은 세속적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국민일보와 하이패밀리 가정사역평생교육원이 공동기획으로 지난 3∼4월 전국 20∼60대 크리스천 기혼남녀 54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크리스천 기혼남녀의 성생활 실태 조사’ 결과다.

두 명 중 한 명, 주 1∼2회 원해

30대 남성 A씨는 주 1회 이상 성관계를 갖기 원하지만 아내는 자주 사양한다. “입으로만 사랑한다고 말하지 말고, 제발 몸으로도 사랑하면 좋겠다”는 게 A씨의 고백이다. 남편은 교회에서 다른 사람들에게 상냥하듯 집에서 자주 ‘고맙다’ ‘사랑한다’ ‘수고했다’고 말하는 다정한 아내가 좋다. 불만은 피곤하다는 등의 이유로 아내가 잠자리를 자주 거부하는 것이다.

대부분 크리스천은 A씨처럼 더 자주 성관계를 갖기 원하지만 실제론 그렇지 못하다. 절반가량(49.4%)은 주 1∼2회 이상 성관계를 가장 이상적이라고 응답했다. 2주에 1회(25%), 월 1회(8.2%)가 뒤를 이었다. 반면 최근 2개월간 배우자와의 성관계 횟수는 월 1회(29.6%)와 2주 1회(23.2%)가 가장 많았다. 23.2%는 전혀 없었다.

이 수치는 성생활을 소중하게 여기는 가치관과는 괴리가 크다. 대다수는 성생활이 ‘중요하다’(52.6%) 또는 ‘매우 중요하다’(38%)고 답했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로는 ‘친밀감 강화’(42%) ‘하나님의 선물’(34.1) ‘부부된 도리’(19.1%) 순으로 응답했다. 즉 성이 하나님의 선물로서 부부간 친밀감을 높이는 중요한 요소라는 것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

평소 손잡기나 포옹 키스 쓰다듬기 등과 같은 스킨십에도 인색했다. 하루 종일 스킨십을 전혀 하지 않거나 한 차례 하는 이들(69.9%)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2∼3회 하는 부부는 네 쌍 중 한 쌍(26.9%)에 불과했다. 스킨십의 종류도 손잡기(38%)와 만지거나 쓰다듬기(37.3%)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포옹(29.3%)이나 키스(2.6%) 같은 깊이 있는 스킨십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끝난 뒤 바로 돌아눕지 마라

크리스천들은 성생활에 만족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끝난 후 곧바로 돌아누워 잠든다’(29.2%)거나 ‘마지못해 응한다’(26.3%) ‘일방적으로 빨리 끝낸다’(22.4%)와 같은 비교적 사소한 행동을 들었다. 배우자와 성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으로 배려(71.4%)를 꼽았다. 평상시 스킨십(17.1%) 분위기(7.8%)가 뒤를 이었다. 10명 중 7명꼴로 배우자와의 성생활에 ‘만족하지 않는다’(70.6%)고 응답했다.

성관계 자체보다 배우자를 대하는 일상적 태도가 성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는 셈이다. 배려 부족은 성적 불만족의 주요 원인이자 행복한 성생활을 가장 방해하는 요소가 된다. 40대 여성 B씨는 “퇴근 후 집에 와서 애들 뒤치다꺼리 하고 침대에 누우면 잠 생각밖에 안 난다. 그 순간 남편이 ‘건드리면’ 징그럽게 느껴진다. 밀어낼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두 명 중 한 명꼴(43.4%)로 성관계를 피하기 위해 거짓말한 적이 있었다. 피곤(55.1%)이 가장 큰 거부 이유였다. 직장 업무나 가사로 인한 육체적 피로가 성관계에 대한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가정사역평생교육원 송예준 연구원은 “아내는 성적 요구를 쉽게 거절해 남편의 자존심에 상처를 주고, 남편은 아내의 기분을 고려하지 않아 마음을 상하게 한다”고 지적했다.

배우자 이외에 이성으로부터 성적 매력을 느낀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10명 중 6명이 있다(61.7%)고 답했다. 거의 비슷한 비율(59%)이 성적 유혹을 받아본 적이 있었다. 실제 외도를 한 적이 있느냐는 물음에 10명 중 7명은 없다(71.2%)고 했다. 신앙양심(53.7%)으로 유혹을 이겼다는 사람이 가장 많았다. ‘가정을 지키고 싶은 열망’(19.4%)이나 ‘배우자로서 의무감’(14.3%)도 주요 이유였다.

영적 생활로 다 풀 수 없다

성적 불만족을 신앙이나 취미생활로 푸는 사람이 많았다. 채워지지 않는 성적 욕구는 ‘기도나 말씀 묵상 등 영적인 생활’(30.5%)로 풀어간다고 답하는 이들이 가장 많았다. 취미생활(21%)을 하거나 일에 빠져들기(15.5%)도 한다. 육체 피로가 성관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현실을 고려할 때 신앙이나 취미생활이 성생활의 도피 수단이 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외도 경험 조사 결과에선 10명 중 3명꼴로 외도를 한 적이 있었다. 성적 불만족(36.6%)이 외도의 가장 큰 원인으로 조사됐다. 애정 없는 결혼생활(18.3%) 침체된 영적상태(15.7%)가 뒤를 이었다. 외도 대상은 직장 관계자(35.9%) 업소 관계자(21.8%)가 다수를 차지했다. 하지만 교회 관계자(10.3%)나 배우자의 친구(3.2%)도 있었다.

60대 여성 C씨는 지금도 70대 남편과 성생활을 즐긴다. “젊은 시절엔 힘 넘치는 남편이 성관계를 주도하지만 나이 들수록 남성은 기력이 떨어져요. 아내가 성관계를 리드(Lead)해야 해요. 전 에로틱한 영상이나 인쇄물을 준비해 분위기를 북돋아요. 언젠가 남편이 비아그라를 사달라고 하기도 했죠.(웃음) 생육하고 번성하라(창 1:27∼28)는 게 하나님의 명령이잖아요. 부부에게 주신 특별한 선물을 누릴 때 행복할 수 있어요.”

성은 누리란 얘기다. 부부의 연합이 아름답게 이뤄질 때 자녀가 행복하게 자라고, 영적으로 건강한 가정이 된다. 성도의 관심이 필요한 부분이다. 크리스천 대부분이 성교육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지만(91.1%) 교회에서 성교육을 받아본 경험이 없었다(93%). 교회의 지체는 각 가정이다. 행복한 부부가 건강한 지체가 된다. 교회 내 다양한 부부 성교육 프로그램이 요청된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