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천 미혼자의 性… 미혼 10명 중 6명 “혼전엔 앙~대요”

입력 2014-05-10 02:03


크리스천 미혼남녀 열 명 중 여섯 명은 ‘사랑하는 사이라도 성관계는 안 된다’는 보수적인 성의식을 가진 것으로 조사됐다. 그럼에도 두 명 중 한 명 꼴로 성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일보와 하이패밀리 가정사역평생교육원이 지난 3∼4월 전국 20∼40대 크리스천 미혼남녀 660명을 대상으로 한 성의식 실태 조사 결과, 크리스천 미혼남녀는 성(性)에 있어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는 경향을 보였다. 응답자 열 명 중 일곱 명이 ‘성관계 시 책임져야 한다’고 답했지만 성관계 이후 연인관계 유지기간은 매우 짧았다. 성경험이 있는 응답자의 70% 이상이 석 달 이내에 연인관계를 정리했다.

▷조사 기간; 3∼4월

▷대상; 전국 20∼40대 크리스천 미혼남녀 660명


성의식은 보수적, 성경험은 개방적

‘크리스천의 첫경험, 성경에는 어떻게 쓰여 있나요?’ ‘성경에 혼전순결을 지키라는 구절이 확실하게 있나요?’ 한 포털 질문게시판에 올려진 질문이다. 이 포털에 ‘혼전순결’ ‘성경’ ‘교회’ 등의 단어를 함께 검색하면 크리스천 청년들의 성에 대한 고민이 쏟아진다. 혼전 성관계가 기독교적 세계관과 충돌하는지에 대한 질문이다. 답변에는 혼전순결이 성경에 부합한다는 의견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크리스천 미혼남녀의 성생활 실태는 이들의 성의식과는 거리가 멀다. ‘연인 사이라도 성관계는 안 된다’가 63.8%에 달했지만 절반가량인 48.5%가 혼전 성관계를 경험했다. 성의식은 보수적이나 성경험은 상당히 개방적인 셈이다.

첫 성경험을 한 나이는 26∼30세가 58.3%로 가장 많았다. 성관계 동기로는 ‘늦은 밤 단 둘이 있는 공간’(31.8%) ‘과도한 스킨십’(22%) ‘절제력의 부족’(19.2%)을 꼽았다. 이 밖에 ‘성관계를 거절하면 떠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16%) ‘혼전 성경험에 관대한 연예인이나 TV매체 등 언론의 영향’(4.7%)이라는 응답도 있었다. 성관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연애 중 스킨십 범위 또한 대체로 넓었다. 손잡기(3.7%)나 포옹(10%)보다는 키스(51.8%) 신체 터치(23%)라 응답한 이들이 월등히 많았다.

성 담론, 이제 숨기지 말자

결혼 1년차 주부 A씨는 남편과 연애 시절 성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나눴다. 교회에서 만나 4년간 사귄 이들은 신앙과 가치관은 일치했지만 스킨십 범위나 성의식은 상이했다. A씨는 “성에 대한 허물없는 대화 뒤 남자를 더 이해하게 됐다”며 “이후 성 담론을 지속적으로 나누면서 성 문제에 대한 갈등 없이 서로를 배려하며 교제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미혼남녀의 현실은 A씨 부부와 다르다. 연인과 성 관련 대화를 나눈 경험이 없는 이들이 52.3%로 조금 더 많았다. 별로 관심이 없거나(36.7%) 부담스럽다(33.1%)는 게 주된 이유다. 성 지식도 음성적 경로로 습득하는 경우가 많았다. 응답자 대다수가 친구(39%)나 인터넷(26.7%)으로 궁금증을 해소했다. 성적 욕구 또한 자위행위(52.4%) 음란물(78.4%) 등으로 해결했다.

연인 사이 성 담론의 회피는 충동적인 성관계로 이어진다. 응답자의 76.8%가 ‘서로 원해서 성관계를 했을 경우 반드시 책임져야 한다’고 답했지만 74.7%가 성관계 뒤 3개월을 채 넘기지 못하고 헤어졌다. 그럼에도 혼전순결운동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75.9%가 공감했으며 첫 성경험은 결혼 후(55.2%)가 좋다고 답했다. 크리스천 미혼남녀는 성 담론을 양지로 꺼내긴 부담스러우나 책임감 있는 사랑을 추구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향숙 원장은 “크리스천 미혼남녀에게 책임 있는 성을 알리기 위해서는 교회에서 적극적이고 공개적인 성 담론을 제기하고 나눌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