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심리를 끌어올려야 경기둔화 지속 막을 텐데

입력 2014-05-10 02:21

세월호 참사로 빚어진 소비심리 위축이 장기화될 조짐이지만, 9일 나온 정부의 민생대책은 내수 회복을 확실히 이끌어내기에는 역부족인 것으로 보인다. 상반기에 재정집행 규모를 당초 목표보다 7조8000억원 확대하고, 여행·운송·숙박업 등 피해 우려 업종 중소업체에 관광개발기금 150억원을 저리로 대출해 주도록 하겠다는 것 등이 골자다. 늘 나오던 구태의연한 원 포인트 대책이다. 정부로서는 내수 부진에 대응은 해야겠고, 그렇다고 추모 분위기에서 대대적인 부양책을 낼 수도 없는 어정쩡한 입장인 셈이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세월호가 침몰한 4월 16일을 전후로 소비 증가세의 부침이 확연히 갈렸다. 과거 재난 사고는 시간이 지나면서 부정적 영향이 대개 한두 달 안에 해소됐지만, 세월호 참사는 국민들에게 미치는 심리적 충격이 다른 재난들보다 훨씬 더 깊고 광범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이날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를 마치고 “이번 사고의 소비위축 여파는 조금 더 오래간다는 게 일반적인 생각인 것 같다”면서 “2분기 내내 (여파가) 가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이날 민생대책 회의에서 지적했듯 경제는 경제주체들의 심리가 중요하다. 박 대통령은 소비심리가 위축되는 징후에 대해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선제적 대응은 미약하고, 소비심리를 끌어올릴 수 있는 뾰족한 방안은 나오지 않았다.

박 대통령이 국무위원들에게 지시하는 방식이 아니라 국민들에게 직접 ‘착한 소비’에 나서줄 것을 호소하는 게 효과가 있을 것이다. 사례를 들어가면서 설득력 있게 메시지를 전달함으로써 소비자들의 마음과 지갑을 열도록 해야 한다. 2001년 9·11테러 당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일상은 계속된다”면서 정상적인 소비활동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또한 심리 위축의 근본 원인을 찾아 그것을 제거하려는 공세적 발상도 필요하다. 즉 이제는 세월호 참사의 출구전략을 찾아 그것을 적절한 방식으로 공론화할 때가 됐다. 언제까지나 슬퍼하고만 있을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