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양규 박사의 성서 한방보감] 승화(sublimation)

입력 2014-05-10 02:07


사람의 에너지는 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남자가 여자 앞에서 힘이 나고, 여자가 남자 앞에서 애교를 피우고 예쁜 짓을 하려는 것은 성적인 에너지 덕분이다. 만약 성적인 에너지가 없다면 이성 앞에서도 무덤덤해지고 잘 보이거나 환심을 얻고 싶은 마음도 생기지 않을 것이다. 한방에서는 이것을 신기(腎氣)라고 한다. 한의학 경전에 보면 인체에 신장은 두 개가 있는데 하나는 신수를 담당하고 다른 하나는 명문화(命門火)를 담당한다는 말이 있다. 신수가 정력을 말하는 것이라면 명문화는 성적인 에너지, 열망, 소위 필을 말한다. 문학에서 남녀상열지사라고 멋있게 표현하는 것이 명문화인데 이것은 남녀간에 불붙는 뜨거운 사랑의 감정을 말한다.

명문화가 있어야 남녀가 서로 뜨거운 필을 느끼며 가까이하고 싶은 감정이 생기는 것이다. 만약 명문화가 약해지거나 죽어 있다면 남녀가 아무리 가까이 있어도 손 한번 잡지 않고 남매처럼 지낸다. 명문화 덕분에 결혼을 하고 애기도 낳으며 인생의 역경들을 헤쳐나갈 힘과 에너지를 얻는다.

현대사회와 같이 스트레스를 많이 받거나 신경을 많이 쓰는 사람들에게는 생각보다 명문화가 많이 약해져 있고 죽어져 있는 경우가 많다. 특히 사람의 눈빛에서 가장 강렬하게 나타나는데 눈빛이 살아 있는 사람은 명문화가 살아 있고, 눈빛이 죽어 있는 사람은 명문화가 죽어 있는 것이다. 명문화가 살아 있는 사람은 눈에서 초롱초롱 빛이 난다. 그런 사람은 보나마나 성적인 에너지가 충만하며 감성도 풍부하고 역동적이어서 매사에 적극적이다. 그런가 하면 사고를 치는 것도 모두 명문화 때문이다. 명문화를 잘못 사용하면 언제 어디서 어떤 사고가 일어날지 모른다. 그래서 명문화는 잘 통제된 가운데 사용돼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성적인 에너지인 명문화는 승화되어야 한다.

승화란 인간의 충동에너지, 억제하기 힘든 에너지를 사회적으로 용납되는 형태로 바꾸어 표출하는 방어기제의 하나다. 예술이 그 대표적인데 음악이나 미술, 그리고 춤도 명문화가 바탕이 된 것이다. 다른 말로 성적인 에너지가 아름답게 승화되어 나타나는 것이다.

알고 보면 그 모든 예술의 기저에는 명문화라고 하는 성적인 에너지가 근본적인 에너지로 깔려 있다. 명문화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지 명문화가 없다면 아무런 감동도 감흥도 그리고 예술적인 표현도 이루어질 수 없다. 예술은 명문화의 승화의 한 단면이다. 예술뿐이 아니다. 스포츠도 마찬가지다. 골프 같은 것도 자세히 보면 성적인 표현의 또 다른 방법으로 보인다. 모두가 다 명문화가 승화되어 사회적으로 공인되고 용납되는 형태로 탈바꿈한 것이 아닐까 싶다. 명문화는 이렇게 잘 승화시키면 아름답고 멋진 작품이 된다.

명문화는 자칫 관리를 잘못하면 한순간에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지만 승화되어 사용되면 그것만큼 우리를 신나게 하고 기분 좋게 흥분시키며 감동적이고 에너지 충만하게 만드는 것도 없다.

영적으로도 그렇다. 그리스도인이라고 고통이 없고 환란이 없고 힘듦과 아픔이 없는 것이 아니다. 그런 아픔과 고통, 어려움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고 정결케 하는 전기로 삼는다면 영적인 승화가 될 수 있다. 우리에게 닥치는 설명할 수 없는 아픔들을 하나님을 더욱 더 가까이하고 두려워하며 말씀에 순종하는 승화의 전기로 삼는다면 그것만큼 역동적이며 유익한 것이 있을까. 영적인 에너지, 명문화는 성령의 힘이 아닐까. 성령 충만하면 얻는 에너지는 우리 삶을 승화시켜줄 수 있다. 그게 크리스천의 영적인 파워다.

사람은 보이는 대로 보고, 들리는 대로 듣는 존재가 아니라 보고 싶은 대로 보고, 듣고 싶은 대로 들으며 생각하고 싶은 대로 생각하는 존재다. 똑같은 하나의 사실이라 하더라도 하나님과의 바른 관계에서 다시 승화시켜 새로운 에너지, 영적인 힘을 얻는 계기로 삼았으면 좋겠다.

<김양규한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