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노트-오인숙] 어느 부부 이야기

입력 2014-05-10 02:07

지인 부부가 카톡으로 사진을 보내왔다. 활짝 핀 철쭉 앞에서 부부가 팔짱을 끼고 환히 웃는 사진이었다. 부부가 산책을 하다가 찍은 사진이라고 했다. 보기 좋았다. 삐거덕거리던 부부 사이가 사진 속의 꼭 낀 팔짱처럼 잘 맞물려 돌아가는 것 같았다.

젊은 시절 그의 남편은 술이 과했었다. 술을 마시면 아내에게 폭언을 하곤 했고 아내는 잘 참아 왔었다. 그런데 오십대에 들어서면서 아내가 갱년기를 겪으며 변하기 시작했다. 자다가도 울화통이 터진다고 벌떡 일어나 소리를 지르지 않나 얼굴이 벌게져 부채질을 해대며 가시처럼 날카로워지지 않나…. 그런 아내에게 남편은 “여보, 그동안 나에게 하고 싶었던 말을 다 하시오. 내가 다 들어줄 테니 마음껏 욕을 하시오”라고 했다. 아내는 그동안 참고 있었던 말들을 폭발하듯 쏟아내었다. 남편은 “그랬겠구나. 그랬겠구나”하면서 들어주었다. 한 달쯤 지나자 아내는 “여보, 이제 됐어요. 나보고 욕하라고 하지 마세요”라고 부드러운 얼굴로 남편을 바라보았다고 한다. 그 후 부부는 저녁이면 산책을 했는데 산책하며 사진을 찍어 내게 보냈던 것이다.

그 남편은 심리학 공부도 하지 않았을 텐데 부부 대화법을 신통하게 잘 이용했던 것이다. ‘부부 대화법’ 중 반영하기, 인정하기, 공감하기가 있다.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잠시 내려놓고 그저 반영해주고 인정해주고 공감해주며 말하는 사람의 입장이 되어 보는 것이다. 지인의 남편처럼 “당신 기분이 그랬겠구나…그랬겠구나” 하는 것이다.

부부상담자인 가트맨은 부부 대화를 들으면 부부가 이혼할 것인지 아닌지를 94% 알 수 있다고 한다. 이혼하고 싶은 부부가 있다면 이렇게 하면 된다고 한다. “당신은, 왜, 만날, 항상, 언제나, 결코”를 서두로 비난하기, “내가 뭘 잘못했다고” “그러는 너는 뭘 잘했는데”라고 방어하고 역공격하기, “너는 나보다 잘난 게 뭐 있는데”하고 상대 경멸하기, 그리고 상대와 담쌓고 투명인간 취급을 하면 된다고 한다. 그러나 명심해야 할 것이 있다. 황혼이혼이 급증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인 부부는 늦게 철이 났지만 현명했다.

오인숙(치유상담교육연구원 교수·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