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종성의 가스펠 로드] (12) 하나님 사람들의 얼굴… 엘살바도르의 첫째 날

입력 2014-05-10 02:25


중앙아메리카 엘살바도르에 들어온 첫째 날, 어둠 속을 헤치며 낯선 길을 달리고 있었다. 하루하루 안전한 잠자리를 찾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매일 기도하며 잘 곳을 찾았다. 광야에서 몸을 편히 누일 잠자리를 찾는 것은 정말 중요하다. 이런 시간이 고달프지만 좋은 점도 있다. 기도하며 성령님과 교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날도 그렇게 기도하며 잘 곳을 찾았다. 점점 근심이 쌓여갔다. 깊은 어둠이 몰려올 때까지 잠자리를 찾지 못했다. 두려운 마음을 안고 달빛을 보며 도로를 헤매던 그때, 우연히 빛을 보았다. 환상은 아니겠지. 밝게 빛나는 간판 속 글은 분명 구원의 손길이었다. 분명 하나님의 이끄심이라고밖엔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브니엘(Peniel)!’

브니엘, 대학교 시절 섬기던 교회 청년공동체 이름이 바로 ‘브니엘’이었다. 그러므로 나는 단번에 그 성경적인 의미를 알 수 있었다. 바로 하나님의 얼굴이란 뜻이다. 도무지 한치 앞도 예상할 수 없는 광야에서 하나님을 만났다. 가까이 다가갔다. 건물 안에서는 예배 중인지 찬양 소리가 들렸다. 문을 열고 들어가 조용히 좌석에 앉았다.

중남미에서 자주 접하던 복음주의(evangelico) 교회였다. 열정의 대륙, 중남미 사람들의 피만큼이나 찬양은 뜨거웠다. 예배가 마무리될 무렵 목회자가 나를 지목했다. 성도들의 시선이 일제히 내게 몰렸다. 나는 이곳까지 오게 된 자초지종을 얘기했다. 얘기가 끝나자 예배당 안에는 웃음꽃들이 활짝 피었다.

“형제님, 엘살바도르에 온 걸 환영합니다!”

박수가 터져 나왔다. 정말 따뜻한 환영이었다. 예배 후엔 격의 없이 교제를 나눴다. 교회 뒤편 사택에선 여성도들이 웨이브 파마를 했다. 한쪽에선 남성도들이 축구경기를 시청을 했다. 나는 콜라 한 병을 입에 털어 넣었다. 그들과 엘살바도르의 복음, 문화에 대해 담소를 나누었다. 그리스도 안에서 누리는 이들의 수평적 관계가 좋았다.

사회적 지위나 역할 때문에 차별이 있지 않다. 강대상에서는 말씀의 위엄을 선포하지만 예배 후에는 형 같고 친구 같은 목회자와 성도들의 관계가 또 좋았다. 말씀의 은혜가 떡을 떼며 교제하는 삶 속에서 이어지고 있었다.

“예배 끝나고 이렇게 다 둘러앉아 음식을 들며 얘기하는 게 보통 생활이죠. 목사님 좀 보세요. 설교가 끝나면 금방 또 친한 친구로 변하니까 참 좋더란 말이죠.”

이들은 나를 어려워하지 않았다. 오히려 내가 긴장하지 않도록 배려해 주었다.

“당신은 손님이 아니에요. 그냥 우리 가족이에요. 그러니까 당신 교회처럼, 당신 집처럼 편하게 지내요.”

예배가 끝났지만 예배당 뒤쪽 마당엔 여전히 주 안의 교제가 한창이었다. 간단한 간식이 곁들여진 평화로운 저녁이었다. 다들 행복한 하나님의 사람 얼굴이었다. 예배와 삶의 균형이 이런 것일까. 이들에게는 적어도 사역자에게 또 성도들에게 상처받고 관계가 틀어지는 일은 적을 성 싶었다.

있는 모습 그대로 인정하고 나누는 모습 속에서 서로를 이해하고 사랑하는 마음이 깊어졌으리라. 이런 은혜 때문일까. 거짓말처럼 여름밤 나를 괴롭히던 모기 한 마리도 보기 힘들었다. 나는 오래도록 주 안에 평안함을 누리며 감사한 엘살바도르에서의 첫날밤을 맞았다.

문종성 (작가·vision-mat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