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땅의 희망지기-인도 ‘새생명총회’] 3억3500만 신을 믿는 나라 하나님의 전사로 나서다
입력 2014-05-10 02:25
영성훈련 위해 한국에 온 인도 ‘새생명총회’ 총회장·노회장
2500개 단위 종족이 살고 있는 국가. 15개 공용어가 존재하며 3억3500만의 신을 믿는 나라. 복음의 불모지이면서도 자국 내 선교사를 가장 많이 배출한 나라. 중국 다음으로 많은 인구 대국(12억3600만명). 인도의 맨얼굴이다. 인도에서 지난달 21일 현지인 목회자 15명이 한국을 방문했다.
인도의 ‘새생명총회(Assembly of New Life Mission Church)’ 산하 총회장과 노회장들로 오는 13일까지 서울 성실교회(김영복 목사)와 경기도 분당 임마누엘교회(신현필 목사), 인천 제일교회(김진욱 목사) 등 5개 교회에서 한국교회의 영성과 제자훈련, 성경 연구 등의 훈련을 받는다.
이들은 한국교회를 배우러 오긴 했지만 사실 한국교회가 더 배울 게 많은 사람들이다. 목회자들은 지난 1년 동안 인도 23개 주 7000개 마을을 직접 다니면서 가가호호 전도했고 수많은 교회를 세웠다. 더욱 놀라운 것은 그 마을들이 이전까지는 예수님의 ‘예’자도 들어보지 못했던 미전도지역이라는 것이다.
지난 2일 분당 임마누엘교회에서 만난 이들은 말끔한 양복 차림이었고 표정은 밝았다. 목회자들은 자신들이 맡고 있는 지역을 소개했고 인도인 속에 계시는 하나님 이야기를 풀어냈다.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인도선교의 현주소와 선교방향을 찾을 수 있었다.
기적은 일상이다
아밋 꾸마르 목사는 갠지스강이 인접한 세계 힌두교 성지라 불리는 바라나시에서 일어난 일을 말했다. 지난해 3월이었다. 2명의 전도자가 한 집을 방문해 여주인에게 복음을 전했다. 주인은 걱정이 많았다. 남편은 실직 위기에 있었고 여동생은 하체 불구로 움직이지 못했다. 여성은 두 전도자가 들려주는 예수님 이야기를 듣고 눈물을 흘리며 주님을 영접했다. 기적은 바로 일어났다. 남편은 일주일 만에 새로운 일자리를 찾았고 여동생은 신기하게도 화장실을 갈 만큼 걸을 수 있게 됐다. 여성은 교회로 나와 자신이 목도한 기적을 증거했다.
인도에서의 전도활동에는 기적이 많이 따른다고 한다. 북부 델리 지역 담당인 라빗 목사에 따르면 수많은 신들을 믿는 인도인들에게 복음을 전할 때는 유난히 기적이 많다. 병든 사람이 치유되고 귀신이 쫓겨나는 이적을 자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기적은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또 다른 사례를 이어갔다.
이슬람교 성직자인 이맘의 두 딸이 모두 귀신이 들렸는데 첫딸은 죽었고 둘째도 고통 속에 있었다. 이맘은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둘째 딸을 교회에 데리고 나왔다. 그런데 놀랍게도 예배 중에 딸을 괴롭혔던 귀신이 떠났다. 이 일로 이맘은 예수님을 영접했다.
새생명총회 책임자인 아이작 목사는 “사탄은 훔치고 죽이고 삶을 파괴하러 왔지만 예수님은 사람들 속에서 풍성한 삶을 주신다”며 “인도에서는 기적이 일상화됐다”고 말했다.
기독교인 박해가 심했던 오릿사주에 대한 얘기도 나왔다. 수칸타 나그 목사에 따르면 오릿사주는 원래 기독교인이 많은 지역이었다. 하지만 과격 힌두교인들의 시기로 공격을 당했다. 나그 목사의 교회도 2008년 공격을 받아 교회당이 불에 탔다. 이 여파로 크리스천들은 삶의 터전을 잃었다. 농사일을 하던 청년들은 대도시로 떠났고 사건 당시에는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지만 2년 후부터는 아무런 도움이 없었다. 나그 목사는 이때 교인뿐 아니라 난민캠프에 있던 184가정의 크리스천을 도왔다고 했다. 지금은 조직적인 박해는 없지만 여전히 두려움은 남아 있다고 했다.
이들 목회자는 15개 주의 사역 책임자들이기도 하다. 나이는 20∼40대에 불과했지만 ‘복음의 전사’들이었다. 총회 산하 지역 사역자는 3000여명에 이른다. 이들은 1년간 총 10만 군데의 무교회 마을 전도에 나섰다.
병사처럼 일하는 선교사와 목회자들
새생명총회는 2009년 세계협력선교회(GAP·Global Assistance Partner)가 조직했다. 인도의 미복음화 지역에 현지인 사역자를 세워 그들을 통해 복음이 전해지는 것을 목적으로 했다.
GAP은 1996년 미국과 캐나다의 한인교회와 한국교회 목회자들이 전 세계 복음의 불모지에 교회를 개척하자는 운동에서 출발했다. 결성 초기부터 안강희(58) 대학생선교회(CCC) 선교사가 중심이 됐고 안 선교사를 통해 CCC와 선교 전략을 협력하면서 미전도 지역이 다수인 인도에 집중했다. GAP 소속 목회자들과 안 선교사는 현지 사역자들을 선발해 훈련시켰고 이들을 교회 없는 지역으로 파송했다. 현지 사역자들은 가정과 마을, 도시 등 어느 곳이든 다녔고 예수님을 주님으로 영접하는 사람들이 있는 곳에 교회를 세워나갔다.
방한한 15명의 목회자들은 모두 안 선교사와 목회자들이 키웠다. 목회자들 중엔 컴퓨터 엔지니어, 학교 교장, 경영학 석사 출신 등도 있었다. 안 선교사는 70년대 후반부터 CCC에서 활동을 시작해 84년엔 CCC 국제본부에 아시아인으로는 처음으로 발탁돼 캠퍼스 사역을 감당했다. 95년에는 이른바 ‘마게도니아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전 세계 미개척 종족의 개척 담당 코디네이터로 일했다. 2006년부터는 미전도종족 선교 운동인 ‘FTT(Finishing the Task)’의 국제사역 책임자로 활동하면서 미전도종족 선교에 힘써왔다.
안 선교사는 국내외 선교계에서 명망 있는 전략가이자 열정적인 전도자로 알려져 있다. 이미 90년대 후반부터 세계적인 선교 지도자들과 함께 일하며 전략가이자 행정가로 자리를 굳혔다. 하지만 거기에 머무르지 않고 2004년부터 미전도 지역이 가장 많은 인도를 오가며 복음을 전했다. 이후 2009년 11월부터는 아예 인도로 거주지를 옮겼다.
그는 “인도에 복음이 전해지지 않은 종족이 너무 많은 것을 보고 현지 사역자를 양성해 이들로 하여금 복음을 전하고 싶었다”며 “선교사는 현장에서 죽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의 이런 야성 때문에 선교사들은 그를 ‘4성 장군이 병사처럼 일한다’고 말하기도 한다.
현재 인도 새생명총회의 운영은 모두 현지인 사역자들에게 일임한 상태다. GAP 국제 이사인 장춘원(시카고 뉴라이프교회) 목사와 한국 이사인 신현필 목사 등은 현지 목회자들을 영적으로 돌보면서 상담하고 있다. 안 선교사는 전도와 제자 훈련을 담당하고 있다.
단기선교팀, 지역 대표와 만나라
인도의 기독교 역사는 2000년에 이른다. 사도 도마로부터 시작해 16세기 로마 가톨릭 예수회가 50년간 활동했고 1706년엔 최초의 개신교 선교사인 독일 할레대학 출신의 바돌로메 지겐발크가 선교했다. 이후 1793년 영국 출신의 윌리엄 케리가 선교에 박차를 가했고 현대에 와서는 1907년 미국 감리교의 스탠리 존스, 47년 영국 성공회의 레슬리 뉴비긴 선교사 등이 활동했다. 하지만 수억에 달하는 신을 믿는 사람이 워낙 많고, 철저한 카스트제도는 복음화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엔 급진적인 힌두교의 강세로 선교는 녹록지 않다.
안 선교사는 한국교회의 인도 선교가 좀 더 전략적으로 변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인도 역사에 존재했던 600여 왕국 중 복음이 들어간 왕국도 있었지만 다른 왕국으로 복음이 확산되지 못했다는 것을 직시해야 한다”며 “마치 와플의 빈 공간 하나하나에 시럽을 채워야 하는 것처럼 인도 선교는 미전도 지역 한 곳 한 곳에 복음을 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가 생각하는 인도의 미래는 희망 가득한 국가였다. 선교적 측면에서는 서구 기독교의 쇠퇴 이후 다음 세대 선교를 책임지는 국가가 될 것이란 확신이 있다. 그는 “인도는 장차 세계 최대 선교사 파송국으로 떠오를 것”이라며 “인도 교회가 이미 자립하고 있기 때문에 인도 교회의 부흥은 시간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현지인 사역자들에게 월급 주는 식의 선교 패턴은 끝내야 한다”며 “이제는 철저히 전략적인 측면을 따져 선교에 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교회의 단기선교 방법에 대해서도 지역 유지나 마을 대표를 만나 관계를 형성하라고 조언했다. 인도에서 기독교는 하층민의 종교로 인식된 탓에 상층부의 관심이 적고 이는 기독교 박해의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한국인이 선교지를 방문해 상층 계급에 속한 마을 리더 등을 만나면 현지 기독교인들의 위상도 높아지는 등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다.
방한한 인도 목회자들도 이 점에 대해 이구동성으로 동의했다. “한국교회 단기팀이 마을 대표 등과 만나면 큰 힘이 됩니다. 전도의 문을 열어주는 기회가 됩니다. 인도 교회에 힘이 되어 주세요.”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